재계 3위 SK(034730)그룹의 기반을 닦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20주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14일부터 최 선대회장의 업적과 그룹의 성장사를 살펴볼 수 있는 20주기 사진전을 주요 사업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SK그룹 서린동 본사를 비롯해 SK텔레콤(017670)·SK하이닉스(000660) 등 주력 계열사를 순회하면서 진행될 이번 사진전에서는 고인의 유년 시절부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연대기 순으로 전시하고 국내외 경영 현장을 누비던 모습을 담은 영상물도 상영할 예정이다. SK그룹은 또 구성원의 기부금을 모아 숲 조성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전달해 약 16.5만㎡(5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하기로 했다.
아울러 고인의 기일에 맞춰 추모식도 예정돼 있다. 기일인 26일에 앞서 2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최태원 SK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001740)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006120) 부회장 등 가족들은 물론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그룹 경영진이 참석한다. 특히 이전에는 SK그룹의 선영인 경기도 화성에서 가족과 일부 경영진만 참석한 채 비공식으로 추모식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재계는 물론 정·관계, 학계, 언론계 등 각계 인사와 유족 등 500여명이 함께 자리할 계획이다.
최 선대회장은 형인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오른 뒤 현재 SK그룹 사업 구조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현 SK이노베이션(096770))을 인수해 이전까지 그룹의 주력사업이었던 섬유사업과 결합해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SK이노베이션을 앞세워 해외 에너지 영토 확장에 힘써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해 ‘무자원 산유국’이라는 꿈도 현실화했다.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도 최 선대회장이 1994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SK의 주력사업으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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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퀴즈’로 대변되는 SK그룹의 인재경영도 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인재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최 선대회장의 신념은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재단이 44년 동안 양성한 인재는 한국 사회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740명에 달하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으며 현재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폐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음에도 고인은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전경련 회장 시절인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울 때도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경제 살리기를 호소했으며 그가 남긴 유언 역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최 선대회장은 타계 직전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묘지 난립으로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평소 안타까워했던 최 선대회장은 사회지도층 인사 중 처음으로 화장을 택하면서 장례문화를 선도했다.
최태원 회장도 이런 부친의 경영철학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특히나 강조하고 특출난 인수합병(M&A) 능력도 최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이 결과 SK하이닉스, 일본 도시바반도체, SK실트론 등 2000년대 들어 굵직한 인수합병 건에 SK의 이름을 올렸고 이들 기업이 현재 SK그룹의 성장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은 “선대회장의 혜안과 통찰, 그리고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라며 “고인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추구해 사회와 행복을 나누는,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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