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는 12일 2,400억원을 투입한 SDA(Solvent De-Asphalting) 시설을 완공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SDA 설비는 정유설비에서 생산되는 잔사유에서 아스팔텐 성분을 걸러내는 시설이다. 대개 숯덩이로 바뀐 아스팔텐 성분은 고도화공정에 쓰이는 촉매에 달라붙어 촉매의 수명을 단축하고 경질유 생산 수율을 감소시키는데 SDA는 잔사유에 프로판·부탄·펜탄 등 용매를 혼합해 아스팔텐 성분을 제거한 후 DAO(De-Asphalted Oil)를 추출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DAO를 고도화설비의 원료로 투입해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정기보수(TA) 기간 충남 대산 1공장 정유설비와 고도화설비 증설도 진행한다. 약 2,500억여원을 들인 이번 증설은 연인원 20만명이 투입되며 다음달 중순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000억원이 소요된 제2공장 고도화 시설 증설을 포함해 총 8,000억원을 투입한 정제시설 효율화 사업을 올해 3·4분기까지 일단락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SDA공정에서 생산되는 DAO는 고도화설비뿐 아니라 윤활기유·석유화학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며 “기존 공장의 증설작업이 완료되는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상업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현대오일뱅크의 하루 정제능력은 65만배럴로 확대될 예정이다. 업계 3위인 S-OIL(67만배럴)과의 격차가 2만배럴로 좁혀지게 된다. 고도화율은 40.6%로 국내 정유사 중 최고 수준이 유지된다. 국내 정유사 중 고도화율이 40%를 넘은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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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의 정제시설 효율화 및 고도화는 문 사장의 결단과 회사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재무통’인 문 사장은 2014년 대표 취임 이후부터 사업 효율화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체질개선에 전념했다. 이 결과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률은 7.7%로 국내 정유사 중 1위에 올랐다.
탄탄한 이익 구조를 바탕으로 굵직굵직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5월에는 롯데케미칼과 함께 2조7,000억원을 들여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2,200억원 정도가 투입된 카본블랙공장인 현대OCI는 올해 2월에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추가 투자도 예상된다. 현재 충남 대산공장 증설에 한계가 있고 고도화율도 최고 수준까지 오른 만큼 석유화학이나 윤활유 등 비정유 분야에 투자가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효율화·고도화 작업이 착실히 진행되는데다 실적까지 개선되면서 10월 예정된 기업공개(IPO) 전망도 밝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SK루브리컨츠 상장 철회 이후 현대오일뱅크 상장에도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상반기 이후 정제마진이 회복되는 만큼 3·4분기 실적이 개선된다면 상장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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