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청에 따라 은행들이 동산담보대출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속속 관련 상품을 내놓는 반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평가-관리-회수’ 인프라 마련은 내년에나 완료될 예정이어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개선도 박자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동산담보의 리스크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과거와 같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 5월 말 ‘스마트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해 90억원가량 공급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0일 ‘신한 성공 두드림 동산담보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며 우리·KB국민·KEB하나은행 등도 내규 정비 및 상품을 개발 중이다. 이에 발맞춰 은행연합회는 모든 기업이 동산담보대출을 이용하고 모든 동산이 담보물로 제공될 수 있도록 ‘동산담보대출 표준안’을 개정해 2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정작 동산금융 시장의 확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 강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동산담보 리스크를 축소하는 장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2012년에도 동산담보 활성화로 전 은행권이 상품을 출시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것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보완장치 마련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우선 자체 준비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의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이는 기계 등에 IoT 기기를 부착시켜 담보를 사후관리 하는 방안으로 유통·서비스업 등으로 영역이 확장될 경우 대응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은행권은 동산의 담보 안정성 강화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건의하기도 했다. 당시 시중은행 실무진은 “동산담보 가치평가의 정확성, 동산가치 유지, 담보 처분시장 활성화 등의 방안이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금융위는 간담회 후에 계획을 앞당긴다거나 하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추진 일정이 있는데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계획을 앞당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는 5월 2,000억원 규모의 동산금융 시장을 2022년까지 6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며 동산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연합회가 동산감정평가를 전담하는 감정평가법인을 연내 구성하고 금융위는 신용정보원과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 동산담보 평가 데이터 축적을 위한 ‘은행권 공동 DB’를 준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 관련 법률(동산담보법) 개정 사항을 법무부와 함께 올해 중에 입법 추진하고 2020년 개정안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산금융을 활성화하라고 주문할 때는 언제고 정작 정부가 서두르는 입장을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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