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를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케이뱅크가 자본확충의 어려움으로 또다시 대출 중단 사태를 맞았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시민단체 등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회의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케이뱅크 성장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달 말까지 직장인K 신용대출과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두 상품은 모두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최대 1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대출이다. 케이뱅크는 지난달에도 대출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가 지난 1일부터 판매를 재개했으나 12일 만에 다시 중단된 셈이다. 케이뱅크의 한 관계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월별로 총한도를 두는 쿼터제를 통해 대출을 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대출 중단은 최근 들어 매달 반복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15일부터 말일까지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판매가 중단됐으며 지난달에는 7일 만에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의 한도가 소진돼 말일까지 신규 취급이 불가능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케이뱅크의 행보가 증자가 순탄하지 않은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고 보고 있다. 여신을 많이 취급하려면 자본금이 확충돼야 하는데 케이뱅크는 두 차례 걸친 증자를 통해 1,800억원을 늘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진행된 1차 유상증자에서 1,500억원을 늘렸으며 지난달 끝난 2차 유증에서는 소수 주주의 이탈로 당초 목표인 1,500억원 가운데 300억원만 확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의 여신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뒤 올해 1월까지 여신 규모가 9,3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빨랐지만 이후 잦은 대출 중단으로 지난달까지 2,200억여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24시간 비대면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는데 케이뱅크는 이 같은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최근 국회가 지분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이달 중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KT가 증자를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KT는 최대 34%까지 케이뱅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은산분리 완화를 통해 인터넷은행 사업을 주도할 수 있게 된 만큼 현재 10%에 불과한 지분율을 높여 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게 KT의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통과가 늦어지거나 특례법이 통과돼도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대주주적격성심사를 통과할지 등의 변수가 남아 막판까지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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