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을 ‘지옥철’로 만드는 것이 비단 북적이는 인파만은 아니다.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비좁은 공간에서 옆 사람의 체취를 고스란히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힘겹다. 더욱 곤혹스러운 때는 향수와 뒤섞인 땀 냄새를 맡았을 때다. 체취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뿌리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린스타트업’의 3기 브랜드 ‘프라도란트’는 이 같은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했다. 올해로 입사 3년 차인 김건호(32)씨와 허소연(25)씨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체취에서 불편함을 느끼던 중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보고 지원했다”면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위트 있게 배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프라도란트는 땀 냄새를 잡아주는 동시에 자신만의 매력적인 향을 만들어주는 하이브리드 콘셉트의 브랜드다. 브랜드명인 프라도란트도 향기를 뜻하는 ‘프라그랑스’와 냄새를 해결하는 ‘데오도란트’를 합성한 단어다. 허씨는 “임상실험을 할 때 향을 빼고 체취를 케어하는 성분만 넣어 향 없이도 실제로 땀 냄새를 잡아주는지 입증했다”면서 “여기에 향을 얹었기 때문에 향으로 체취를 덮는 향수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입사 동기인 팀원 네 명 모두 전문적으로 조향(調香)을 배운 적이 없었기에 향에 관한 공부에는 적극적으로 임했다. 김씨는 “조향에 관한 전반적인 사안을 기획하고 브랜드 색깔에 맞는 향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전문 조향사 출신은 아니지만 다양한 향을 맡아보고 사내 조향 관련 연구팀과 세미나를 하면서 향을 꾸준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지난달 말에는 운동 등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더티 솔티 패션’ 라인 2종을 출시할 수 있었다. 각각 유칼립투스 향과 시트러스 향이 배어 있어 무더운 여름철에도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프라도란트는 사내 벤처로 조직된 덕분에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것이 자유로웠다. 실제로 액체나 고체도 아닌 프라이머 제형의 ‘바디 프라이머 크림’을 만든 것은 허소연씨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땀이 나는 부위에 일반 크림을 바르는 것보다 피부에 곧바로 스며드는 프라이머 제형을 적용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허씨의 의견을 곧바로 반영한 것이다.
프라도란트는 2030세대가 만든 브랜드답게 마케팅 방식도 트렌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시각화하기 위해 향과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더티 솔티 패션 라인의 경우 러닝크루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운동하는 모습을 콘텐츠로 가공할 예정이다. 고객들이 직접 향을 맡아볼 수 있도록 시향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첫 행사 때는 300여명의 고객이 참여했으며 8월에는 위워크 전 지점을 돌며 시향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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