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가 새로 내놓은 향후 70년간 기금투자수익률 전망치가 5년 전보다 많게는 2.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경제성장률·출산율 등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되면서 기금이 바닥나는 시점도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 하지만 매년 기금투자수익률을 0.1%포인트만 올려도 소진 시점을 1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보험료율 인상 논의를 준비하고 있는 정부가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재정추계위의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전망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재정계산에서 2018~2020년 동안 국민연금 기금투자수익률은 평균 4.9%로 전망됐다. 2013년 제3차 재정계산 당시 전망치 7.2%보다 2.3%포인트나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재정추계위는 2088년까지 10년 단위 수익률 전망치를 제3차 전망치보다 0.3~2.3%포인트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는 일차적으로 전망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무너진 기금투자 실적도 간과하기 어렵다. 지난 2013~2016년 연 4~5%대였던 수익률은 지난해 7.26%를 기록한 뒤 올해 들어 5월까지 0.49%로 추락했다.
재정추계위 분석에 따르면 기금투자수익률을 연 0.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소진 시점은 2058년으로 기본 시나리오보다 1년 늦춰진다. 경제활동참가율이 연 0.3%포인트씩 올라도 이룰 수 없는 성과다. 전문가들이 정치적 부담이 큰 보험료 인상보다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복귀, 기금운용 독립성 확보, 기금운용 본부장을 비롯해 주식·채권·대체 투자 등 분야에 실력 있는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는 것 등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국민이 맡긴 노후자금을 정부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국민들도 ‘부담을 더 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최근 잇단 논란에 휘말리며 국민 신뢰와 수익률을 동시에 잃고 있다. 기금 운용을 총지휘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청와대의 인사 개입 논란 속에 1년 넘게 공석이다. 주주권 행사 강화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기금운용본부가 아닌 정부 주도 속에 이뤄지면서 기금운용의 독립성 문제에 다시 불을 지폈다. 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 재정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기금투자수익률도 제대로 못 내고 돈만 더 내라고 하면 누가 따르겠느냐”며 “공단과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적 식견을 갖고 자율적으로 주도·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게 정도(正道)”라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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