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제품 생산율을 높이고 있고 여기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의 새로운 D램 공급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D램 산업에서 생산량 증가율이 수요보다 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D램익스체인지는 “내년 D램 가격은 올해 대비 15∼2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이미 올 3·4분기 이런 조짐이 감지됐고 4·4분기에는 가격 약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현물가격이 올해 초반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6월 말 기준으로는 계약가격보다 낮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D램 현물거래 가격은 7월 말 기준 7.9달러로 올해 1월보다 18% 하락했다.
현물가격은 소규모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으로 매월 한 번씩 발표되는 고정거래 가격보다 시황을 먼저 반영한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현물가격을 지표로 삼고 장기적인 계약가격 흐름을 전망한다. D램익스체인지는 “이런 흐름에서 4·4분기 D램 평균 판매가격(ASP)은 3·4분기보다 1∼3% 떨어질 것”이라며 “하락폭은 제품군마다 편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선 PC D램과 서버 D램의 시세는 그나마 전 분기 대비 미미한 폭으로 하락하거나 시세에 크게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서버용 D램은 공급업체들이 자사 생산 제품군에서 서버 D램의 비중을 늘림에 따라 공급부족 현상이 완화됐다는 것이 D램익스체인지의 설명이다. 가격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D램 계약가격도 4·4분기에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외국계 증권사들도 반도체 업황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9일 반도체주 투자전망을 기존 ‘중립(in-line)’에서 ‘주의(cautious)’로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주들이 D램 재고조정 문제에 직면하면서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모건스탠리에서 제시한 ‘주의’ 의견은 이들 업종의 주가가 향후 12∼18개월간 시장 평균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망 중 가장 낮은 단계로 매도와 동일하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 역시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낸드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마지막 보루로 생각했던 서버용 D램 역시 노란불이 켜졌다는 내용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가 꾸준했던 서버용 D램 가격도 너무 많이 올라 시장에서 가격 저항이 커졌다”며 “낸드는 그동안 설비투자 증가로 가격 하락이 본격화된 지 오래됐고 D램 가격은 4·4분기부터 고정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렘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메모리카드·USB향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7월 말 5.27달러로 6월 말(5.60달러)보다 5.89% 하락했다. 지난해 9월 5.78달러에서 5.60달러로 3.11% 하락한 지 10개월 만에 추가 하락했다. 하락폭도 2015년 12월(-4.66%) 이후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D램익스체인지는 “중국 기업 ZTE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이 낸드플래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통신장비 등 세트 제품 수요와 판매 감소가 낸드 가격 하락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급업체와 PC 제조사 등 수요업체가 통상 분기별 계약에 따라 형성되는 반도체 시장의 주요 지표다. 전체 메모리반도체 거래의 8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7월 현물가격 하락 이후 고정거래가격 하락세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면서 “당분간 가격 하락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낸드 가격이 하락하자 공급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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