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페이지의 가장 큰 힘은 플랫폼이나 자금력이 아니라 모바일 기반으로 탄생한 4만6,000개 이상의 콘텐츠입니다. 이제 곧 아시아 지역의 ‘블루칩 유니콘(수익 구조가 튼튼한 기업가치 1조원의 비상장사)’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옛 포도트리) 대표는 최근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등 어디를 찾아봐도 이만한 수익성을 증명한 콘텐츠 기업을 찾기 힘들다”며 사업 전망 포부를 밝혔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웹툰과 웹소설 등을 제공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카카오페이지의 출시 첫해 연간거래액은 17억원에 불과했고 매출액도 21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5년이 지난 매출액이 2,200억원(전망치)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웹툰과 웹소설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쪼개서 연재하고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한 점이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누적 매출액이 1억원을 넘긴 카카오페이지 내 작품도 816개에 달한다. 웹소설 원작에서 웹툰과 드라마로도 제작돼 대성공을 거둔 ‘김비서가 왜그럴까’ 역시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월부터는 영화 등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도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이를 통해 넷플릭스나 지상파 3사의 ‘푹(POOQ)’처럼 월정액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대표가 직접 언급한 카카오페이지 내 성공 콘텐츠의 공통점은 ‘로맨스’다. 그는 “내부 조사 결과 한국에서 잘 팔린 ‘사랑 이야기’는 중국이나 일본,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며 “김비서가 왜그럴까를 시작으로 대박을 칠 로맨스 웹툰이나 웹소설이 쏟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콘텐츠의 힘을 기반으로 카카오페이지가 내년에 진출할 첫 번째 해외 시장으로는 인도네시아가 꼽힌다. 싱가포르에 세운 현지 법인을 통해 인도네시아 내 콘텐츠 플랫폼의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대만과 태국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자회사는 싱가포르나 홍콩 증시에 상장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텐센트와 장기적인 제휴 관계를 바탕으로 현지 작가에 직접 투자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텐센트는 2013년 카카오페이지에 140억원을 처음 투자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는 텐센트를 두고 “카카오페이지의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5년 동안 함께한 혈맹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카카오페이지의 관계사인 카카오재팬(지분 19.9% 보유)이 자체 플랫폼 ‘픽코마’를 뿌리내리며 무섭게 크고 있다. 이 대표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 재팬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장하다가 양사의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이 되면 무엇이라도 함께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투자도 꾸준히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미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콘텐츠 생태계에 흘러간 자금만 4,400억원에 달한다. 또 수천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이나 투자 건은 이제 모기업 카카오의 지원 없이도 카카오페이지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판단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인공지능(AI) 기술 기업인 마이셀럽스에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카카오페이지는 마이셀럽스의 AI 기반 추천·개인화 기능 등을 접목해 모바일 기기에 적합한 최적의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을 구축해 내년에는 기존 앱을 완전히 뒤바꿀 계획이다. 이 대표는 “사실 지금의 콘텐츠 플랫폼 앱은 PC에서 쓰던 웹 사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앞으로 카카오페이지 앱에서 특정 콘텐츠의 ‘팬’으로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추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도트리 설립 8년이 지나 사명을 바꾼 카카오페이지는 이르면 오는 10월 사업 성과와 이후 전략, 국내 증시 상장 계획 등을 알리는 대외 행사도 열 예정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페이지가 앞으로 3~5년 내 수조원대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외부에 직접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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