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하반기엔 발전 단가가 싼 원자력발전 이용률을 높이고 경영 효율성을 개선하면 어떻게든 연간 흑자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누적된 적자 규모가 워낙 큰데다 에너지 가격 상승 흐름이 하반기에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6년만의 연간 적자 전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의 올 상반기 재무제표를 분석해 보면 실적 악화는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두바이유가 1년 새 33.3% 올랐고 석탄발전의 핵심인 유연탄은 28.4%, 액화천연가스(LNG)는 8.9% 뛰었다. 이 바람에 연료비와 전력구매액 등 영업비용이 크게 늘었다. 상반기 연료비와 전력구매액은 1년 전보다 4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들 금액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7%에서 63.6%로 치솟았다.
실적 악화의 또다른 주범은 원전 이용 축소다. 정부에 따르면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상반기 74.7%에서 올 상반기 58.8%로 급락했다. 발전 단가가 유연탄, LNG보다 10~20배 싼 원전 이용이 줄어드니 비용이 늘고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데 원전 이용을 줄여 실적 악화를 부채질했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원전 이용이 구체적으로 적자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해보면 영업비용 중 가장 규모가 큰 연료비에서 원전 비중은 올 상반기 4.8%로 전년 동기(8.3%)보다 3.5%포인트 줄었다. 반면 발전 단가가 가장 비싼 LNG는 21.4%에서 27.8%로 상승했다. 원전 이용 저하는 민간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규모를 늘려 전력구매액 상승에도 일조했다.
원전 축소는 영업 외 비용 증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올 상반기 영업 외 손실은 1조1,300억원 났는데 이 가운데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손상차손 5,700억원과 천지 1·2호, 대진 1·2호 등 신규 원전 취소에 따른 비용 340억원이 들어가 있다.
다행히 올 하반기에는 원전 이용률이 회복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용률을 59%에서 76%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반기 막대한 적자를 만회할 만큼 실적이 회복될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하반기에도 에너지 가격 상승 기조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2·4분기 톤당 13만6,000원 수준이던 석탄 연료단가는 3·4분기 13만8,000원, 4·4분기 14만7,00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LNG 연료 단가 역시 2분기 톤당 66만5,000원에서 하반기 71~76만원 수준의 인상이 유력하다. 유가 역시 미국의 이란 제재 등 여파로 하반기에 꺾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원전 이용률이 정부 계획대로 급상승할지도 미지수다. 올 상반기 원전 이용률이 급락한 이유는 원전 정비가 예상치 못하게 길어진 탓이 컸다. 하반기에도 예상 밖의 정비 소요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정책으로 약 3,000억원의 매출 감소도 예정돼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대부분 기관에서도 올해는 연간 적자 전환을 점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말 기준 한전이 1조36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고 유진투자증권(-1조1,720억원), 하이투자증권(-9,950억원), NH투자증권(-5,010억원) 등도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로 봤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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