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 불법취업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수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부적절한 관행과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서 공정위 차원의 관여를 금지하고, 재취업한 퇴직자의 이력을 퇴직일로부터 10년간 공시하는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정위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비록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 밝혀진 재취업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관행, 일부 퇴직자의 일탈행위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과 비리가 있었음을 통감한다”며 “이번 사태를 공정위 창설 이래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조직 최대의 위기라고 생각하고 쇄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우선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퇴직자의 재취업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어떠한 명목인지를 불문하고, 공정위 직원의 재취업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직·간접적 개입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 퇴직자의 재취업 관련 부당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익명신고센터도 운영한다. 익명신고센터는 공정위 직원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체 임직원 등 누구라도 신고할 수 있도록 공정위 홈페이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또 4급 이상 직원에 대해서는 퇴직 전에 비사건 부서에 3회 이상 연속적으로 발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외부기관이나 교육기관 파견, 비사건 부서 근무를 합해 5년 이상 연속 복무를 금지하는 인사 원칙을 설정해 ‘경력 관리’ 의혹을 차단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검찰 조사 결과 공정위가 직원들이 퇴직하기 5년 전부터 기업체 취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취업 제한이 될 수 있는 사건부서 발령을 배제해온 점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를 퇴직해 민간기업 등에 재취업한 직원의 이력을 퇴직일로부터 10년간 공정위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한다는 대안도 내놨다. 이를 위해 공정위 직원의 퇴직 전 취업 사실 이력 공시에 대한 동의를 받고 퇴직 후 취업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퇴직자의 경우 공정위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패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퇴직 예정자의 재취업 자체 심사를 강화하고, 퇴직자와 현직자 간 사건 관련 사적 접촉을 금지한다. 위반할 경우 현직자는 중징계, 퇴직자는 항구적인 공정위 출입 정지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유착 의혹을 살 수 있는 외부 교육과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유료 강의도 전면 금지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이 공정위에 집중된 권한에 있다는 점을 지목하며 “그 동안 부적절한 관행은 공정위가 법 집행 권한을 독점해왔던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법 집행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는 등 공정거래법 집행에 경쟁 원리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과거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지난해부터 시행해온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을 만들면서 이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냐는 질문에는 “검찰 수사서 밝혀진 구체적인 하나하나의 사실은 저뿐만 아니라 공정위 직원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실이었다”면서 “다만 과거 문제로만 치부하고 현재와 단절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 바 있다. 또 퇴직 예정 간부들의 대기업 불법취업에 관여한 노대래·김동수 전 위원장 등 8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현직인 지철호 부위원장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고 제한기관에 취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위원장 등은 지난 2012~2017년 퇴직을 앞둔 공정위 간부 18명을 대기업에서 채용하도록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 강요에 따라 공정위 퇴직 간부를 채용한 기업은 16곳으로 최고 3억5,000만원이 연간 급여로 지급됐다. 이 기간 재취업에 성공한 공정위 퇴직 간부가 받은 급여는 총 76억원에 달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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