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비즈니스에서 탈피…투자 여력, 리서치 역량 키워 PI 투자 적극 나설 듯=이지스운용은 IPO를 통해 그간의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투자자들에게 투자 대상을 주선하고 수수료(fee)를 받는 단순 위탁관리 비즈니스에서 탈피해 본인들의 투자 판단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매니지먼트 역할을 할 수 있는 운용사로 역량을 키워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부동산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투자 대상에 직접 지분 참여를 하면서 투자자가 손실을 볼 경우 운용사도 그 책임을 같이 떠안는다”며 “이지스운용도 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운용사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수준에 맞는 매니지먼트 역량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스운용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자기자본(PI)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IPO에 앞서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기관투자가들이 새로운 유형의 자산에 선(先)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 이지스운용이 자체 자금으로 향후 성장성이 높은 투자처를 발굴해 먼저 투자한 다음 수익률이 검증되면 기관들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투자처 발굴을 위해 내부 리서치 역량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흐름을 미리 읽고 선제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리서치 역량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위주 비즈니스에서 블라인드펀드 중심으로=아울러 지금처럼 프로젝트 위주의 비즈니스를 지양하고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정하기 전에 투자자를 모으는 펀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라인드펀드는 프로젝트펀드에 비해 자금모집·가격·조건 등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지스운용은 2016년 말 국내 부동산에 투자하는 블라인드펀드를 처음으로 조성했다. 이 펀드로 쟁쟁한 외국계 투자가들을 제치고 서울 청계천변에 위치한 시그니처타워를 인수하는 등 블라인드펀드의 경쟁력을 확인한 바 있다. 이지스운용은 앞으로 그간의 운용실적을 바탕으로 블라인드펀드 투자자를 모집하는 동시에 자체 자금도 펀드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실물자산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개발물건을 적극 발굴해 토지 매입 단계부터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이지스운용 최고경영진은 2015년 미국을 방문해 하인즈와 티시먼스파이어의 사업 모델을 살펴보고 왔다. 하인즈와 티시먼스파이어는 개발에 강점을 가진 부동산투자회사다.
이는 최근 부동산자산운용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부동산펀드 규모는 이달 10일 기준 68조6,798억원(설정원본 기준)으로 2010년 말(14조225억원)에 비해 5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기간 이지스운용도 자산운용 규모(AUM)과 인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추세로 양적 성장을 지속하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증권사들이 부동산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기준을 완화하면서 신생 운용사들도 대거 생겨났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와 부동산 펀드 운용사의 겸영을 허용하면서 리츠 AMC들과도 직접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환경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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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우량 매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산가격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삼성그룹이 강남역 인근 삼성타운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매물인 삼성물산 서초사옥의 경우 거래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3.3㎡당 3,000만원을 넘어섰다. 이지스운용도 삼성물산 서초사옥 입찰에 참여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따내지 못했다. 이처럼 갈수록 치솟는 자산가격, 경쟁 심화 등으로 이지스운용도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투자자 신뢰할 수 있도록 기업 정보 투명하게 공개=부동산자산운용사로서 신뢰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IPO를 통해 기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세계적 대체투자운용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이 토론토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며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기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이지스운용은 이번 IPO를 통해 글로벌 자산운용사 수준에 부합하는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기관투자가들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의 부동산자산운용 시장 참여가 늘어나면서 부동산자산운용사의 투명성과 신뢰도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지스운용도 그간 가장 적극적으로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출시해왔으며 올해는 리츠 AMC를 설립하고 공모 상장 리츠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업계 선도하는 이지스운용의 IPO, 업계에 던지는 시그널은=이지스운용의 IPO는 단순히 한 운용사 차원이 아니라 부동산자산운용 시장 전체의 성장과 변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지스운용은 지난 몇 년간 업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이지스운용은 그동안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왔다. 우선 이지스운용은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상품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아직 크지 않았던 2016년 말 서울 중구 서소문에 위치한 퍼시픽타워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펀드를 선보였다. 비록 이지스운용의 1호 공모 부동산펀드는 투자자 모집에 무산됐지만 이후 이지스운용은 실패를 교훈 삼아 다수의 공모 부동산펀드를 출시했으며 투자자 모집에 성공했다. 또 이지스운용은 지난 2017년 업계 최초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밸류애드(Value Add) 부동산 펀드를 자금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또 올해부터는 업무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 부문별로 8인 대표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부동산자산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자산운용 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 운용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업계 1위인 이지스운용의 IPO가 시장에 던지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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