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경기 불황에 종사자 규모가 300인 미만인 중소사업체에서 일하는 취업자 수가 8년반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300인 이상 대형 사업체에서는 취업자 증가 폭이 최근 1년 평균의 3배를 웃돌면서 대조를 보였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종사자 규모 300인 미만 사업체의 취업자는 1년 전보다 7만6,000명 줄었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취업자 감소는 2010년 1월(-4,000명)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통상적으로 매달 30만명 내외로 늘어나던 300인 미만 사업체의 취업자는 올해 초 증가 폭이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5월에는 4,000명까지 감소했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 악화는 1∼4인 규모의 소규모 사업체와 5∼299인 중소사업체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1∼4인 소규모 사업체의 취업자 수는 지난달 12만7,000명 줄어들면서 3개월 연속 내림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5∼299인 사업체 취업자는 5만1,000명 늘면서 2013년 1월(1만1,000명) 이후 5년 반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작았다.
중소사업체의 고용 악화는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서민 자영업 경기 악화, 내수 부진 등이 원인이라는 것이 정부의 해석이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취업자는 8만1,000명 늘면서 최근 1년 평균 증가 폭(2만7,000명)의 세배를 웃돌았다.
-2만∼2만명 수준에서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던 300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5월 6만7,000명, 6월 9만4,000명으로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취업자 증가세에는 지난달 시작된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영향이 일부 작용했다는 관점도 있다.
지난 3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자 월급이 줄어드는 반면 12만5,000∼16만 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당장 취업자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를 늘렸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기업들이 노조와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 조정 합의에 실패하면 중장기적으로 인건비가 크게 늘어 고용이 다시 감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가 서민 가구의 소비 여력을 줄여 다시 중소 자영업 경기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도사린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고용 악화는 도소매업, 음식업 등 규모가 작은 사업체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300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 수 증가가 노동시간 단축 영향 때문만이라고는 보기는 어렵지만 일부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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