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인도 등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농협은행만이 갖고 있는 농협금융 노하우를 앞세워 해외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서울경제신문이 만든 프리미엄 미디어 ‘시그널’ 론칭을 기념해 지난 20일 본점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농협은행은 과거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하기 전에는 해외에서 은행으로 인정받지 못해 현지 지점 인가를 받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며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인도 등을 중심으로 농협이 잘하는 농업 관련 금융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현지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은 올 하반기 중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 인수, 인도 노이다지점 개설 인가,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 개설 등을 목표로 잇따라 글로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이 행장은 글로벌 사업이 무조건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미래 먹거리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그는 “글로벌 사업이 무조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실패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장밋빛 의욕만으로 (해외 진출을)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들이 모두 몰려가니 따라가는 게 아니라 농협은행 특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진출하겠다는 신중함을 보인 것이다.
시중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 금고 수주 경쟁에 나서는 데 대해 이 행장은 “단순히 수익성을 바라보고 금고 유치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은 지역주민이 지자체 금고를 편리하게 쓰도록 해서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며 금고 수주를 놓고 벌이는 시중은행 간 지나친 출연금 경쟁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행장은 대신 농협은행이 가지는 금고 운영의 강점을 살려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행장은 “(지자체 금고지기로서) 농협은행의 강점은 지역사회의 정책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과 지역 구석구석까지 영업망이 넓게 뻗어 있다는 점”이라며 “농협은행은 지역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발전시키고 강화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농협의 다양한 사업으로 지자체와 연계해 정책사업을 펼칠 수 있다”며 “농협은행은 강원 양구나 화천 같은 곳에서도 손해를 감수하며 금고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 금고를 수익성만 보고 수주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행장은 올 하반기 디지털 사업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이 행장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정보기술(IT) 센터를 디지털 연구개발(R&D) 센터로 확장 운영할 것”이라며 “서울 서대문 본점과 경기 의왕 등에 흩어져 있는 개발인력을 모아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핀테크(fintech) 업체들과는 동반자적인 관계를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농협은행이 완벽한 동반자로서 핀테크 스타트업의 창업 초기 단계부터 투자하고 육성하는 등 체계적으로 지원해 좋은 업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채널 통합도 이 행장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이 행장은 ‘금융소비자 중심의 풀 뱅킹(Full Banking) 플랫폼 구축’을 주된 전략으로 삼고 현재 ‘통합 스마트뱅킹’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로 NH스마트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금융상품마켓·퇴직연금·스마트인증·스마트알림 앱이 통합될 예정이다. 최근 모바일 금융의 트렌드가 ‘하나의 앱(One-App)’으로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농협은행은 또한 빅데이터 기반의 고객별 맞춤형 상품 추천 등 개인의 니즈(needs)에 부합하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취임한 지 7개월이 흘렀지만 현장과의 소통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나 근무 분위기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현장과의 소통을 더욱 활성화해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정원·김기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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