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을 따라하는 새인 앵무새가 나중에 얻을 더 큰 이익을 위해 당장 주어지는 작은 이익을 포기하는 ‘경제적 결정’ 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6세 어린이에게 마시멜로를 주며 ‘지금 먹지 않으면 하나를 더 준다’고 하는 ‘마시멜로 실험’처럼 앵무새에게도 유사한 실험을 해 인내력과 지능을 실험한 것이다.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아우구스트 폰 바이에른 박사팀은 23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서 앵무새가 당장 주어진 먹이와 나중에 더 좋은 먹이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선택하는 실험에서 토큰을 선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먼저 앵무새 4종(種) 31마리에게 3종류의 토큰이 각각 나중에 질이 낮은 먹이와 중간질의 먹이, 질이 좋은 먹이로 교환된다는 것을 훈련시켰다. 이어 앵무새에게 한가지 먹이와 그 먹이보다 나은 먹이로 교환할 수 있는 토큰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선택한 토큰 종류에 상관없이 그 토큰과 가치가 같거나 낮은 질의 먹이를 주는 대조실험도 했다.
그 결과, 앵무새 4종 모두 제시된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는 먹이의 가치가 당장 주어진 먹이보다 높은 경우 토큰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앵무새가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미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물론 대조실험에서 일부 앵무새는 실험 조건과 관계없이 무조건 토큰을 선택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 앵무새가 토큰 자체를 어떤 본질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에른 박사는 “앵무새들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 이익을 얻는 매우 영리한 결정을 할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월터 미셸 교수는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유치원 교사로 하여금 4~6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마시멜로를 주고 방을 나가면서 ‘지금 먹어도 되지만 잠깐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으면 하나를 더 준다’고 말하게 하고 어린이들의 인내력과 사고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돌아올 때까지 15분을 참아 2개를 먹은 아이는 30%에 불과했으나 이들은 14년 후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SAT) 점수가 평균보다 210점 높았다. 역으로 바로 마시멜로를 먹었던 어린이들은 순간충동조절에 약했고 정학처분 빈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연구는 지난 5월 말 미국 뉴욕대와 UC 얼바인대 공동연구팀이 ‘심리 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어린이의 의지력이 아니라 부모의 학력이나 가정형편이 학업성적과 태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시험대에 올랐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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