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산업은 기술이 발전해도 절대 사람을 배제할 수 없거든요. 제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사람의 손길이 필수적이라는 게 매력이죠.”
황은희 STB 대표가 화장품 산업에 발을 들인 지도 어느덧 20여년이 지났다. 지난 2000년 국내 한 중소 화장품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화장을 즐기지도 않았다.
“사장님이 대학 선배였어요. 제품 개발 마케팅 업무를 맡아서 함께 고민하며 브랜드를 키웠죠.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어요. 그 경험이 지금 사업을 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습니다.”
모든 것을 쏟아붓던 회사에서 나온 것은 2012년이었다. 국내 화장품의 성장세에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1~2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3년 말 창업했다. 회사 이름 ‘STB’는 ‘Simple is The Best(단순함이 최고다)’라는 뜻이다.
사업 모델은 화장품 컨설팅과 아이라이너 제품 개발 등 크게 두 가지다. 모두 기술보다는 ‘사람’에 집중한 사업전략이다. 화장품 컨설팅은 간단히 말해 화장품 개발을 대행해주는 일이다. 기업체의 의뢰가 들어오면 화장품 시장의 유행과 고객 성향 등을 파악해 제품 개발부터 홍보 전략까지 완성한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아이라이너 제품 개발은 앞으로 주력하려는 분야다. 특이한 것은 일본 만년필 회사와 협력해 제품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아이라이너 용기와 볼펜 용기의 구조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볼펜 용기 뚜껑을 닫으면 안의 내용물이 새지 않고, 열면 적당히 흘러나오게 하는 기술은 일본이 가장 정교해요. 아이라이너 용기에도 같은 기술이 사용되고 있고요. 일본에서 한 해 600만개의 만년필을 판매하는 회사를 찾아가 아이라이너 제품을 개발하자고 직접 설득했죠.”
기술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황 대표는 검은색에 단편적인 모양이 주를 이뤘던 아이라이너에 여러 색을 입히고 펜 끝 모양을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품질이 검증된 만년필 회사의 제품에다 여러 고객을 만족시킬 다채로운 스토리를 입히는 셈이다. 회사 설립부터 STB는 매년 20~30%씩 성장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원으로 화장품 소비자가로는 250억원에 달한다. 이제는 해외시장 개척에 더 열을 올릴 계획이다.
“새로움을 원하는 시대잖아요. 저희의 장점인 ‘여러 고객이 만족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과 딱 맞죠. 앞으로도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에 집중하는 제품을 만들며 성장해가는 게 목표입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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