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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일자리·분배쇼크' 최저임금이 최후의 일격 날렸다

경기둔화·해외직구 등 구조적요인에

소득주도성장으로 버틸 수 있는 선 넘어

어려운 저소득층·자영업자에 직격탄





이번에는 분배 쇼크입니다. 지난해 월평균 30만명선이던 취업자 수 증가폭이 지난달에는 5,000명으로 고꾸라지더니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저소득층 소득은 급감하고 양극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분배 쇼크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습니다. 소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근무 시간×시간당 급여’인데 취업자가 줄었으니 소득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을 앞세운 소득주도성장이 거꾸로 하위계층의 소득을 줄이고 양극화는 더 키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최저임금 탓이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지만 과연 그럴까요.



10년 만의 최악 양극화

자료를 다시 한 번 뜯어보겠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23일 발표한 ‘2018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 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를 5개로 나눴을 때 하위 20%(1분위)의 소득이 132만4,9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나 빠졌습니다. 감소폭은 1·4분기(-8.0%)보다 다소 완화됐지만 2·4분기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가장 큰데요.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내수부진에 30대 이하 60세 이상 영세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급감했고 고용이 둔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구요인에도 경기둔화 요인이 크다”고 못 박았습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취업자가 줄어드는 것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 셈이죠. 참고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우리나라의 인구요인을 고려하면 “10~15만명이 늘어나는 게 적정하다”고 했습니다. 물론 5,000명은 10만명에도 크게 못 미칩니다.

실제로 올해 1분위 가구와 5분위 가구당 취업인원 수를 비교해보면 소득 격차가 확대된 이유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1분위는 0.68명으로 지난해보다 18%나 줄었고 5분위 가구는 2.09명으로 5%나 늘었는데요. 특히 지난해 2·4분기에는 1분위 가구의 43.2%가 근로자 가구였지만 올 2·4분기에는 32.6%로 크게 내려앉았습니다.



목까지 물 찼는데 물 부은 최저임금

원인이 뭘까요. 전문가들은 최저임금과 경기악화를 듭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둔화가 ‘취약층 고용감소→소득저하→양극화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굉장히 큰 악영향을 줬다”며 “거꾸로 최상위층 소득이 5% 이상 올라가는 것은 경제정책이 한참 잘못됐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는데요.

최저임금이 모든 원인을 다 설명하는 건 아닙니다. 최저임금에 100% 책임이 있다는 건 아니죠.



이렇게 생각해보죠. 이미 경기둔화와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 산업구조 변화, 해외 직접구매 활성화, 중국 관광객 감소 등으로 어려운 계층은 물이 목까지 차 있는 상태였습니다. 자영업자만 놓고 보면 과도한 임대료와 카드 수수료도 이유 중의 하나겠죠. 물론 자영업자가 과포화 상태라는 것, 687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너도나도 치킨집과 피자집을 차리고 있다는 게 근본원인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물을 머리 위까지 차게 만든 건 최저임금입니다. 전체적인 비중은 작지만 최후의 일격이요, 마지막 한방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일을 한 건 정부입니다. 최저임금을 그렇게 문제 삼는 게 이 때문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장사가 지금의 2배만 된다면야 지금의 시간당 8,530원 최저임금을 주는 건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2019 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선의의 정책이 선의의 결과 낳지 않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까요? 아닙니다. 최저임금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우리 경제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하자는 것이지요. 올해 16.4%, 내년 10.9%처럼 과도하게 올리기보다 매년 7~8%씩 올렸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과, 제조업체, 식당, 빵집 등이 영업과 근로환경이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이 부분을 고려하자는 뜻입니다.

물론 이는 단기 대책입니다. 중장기로는 원래 목까지 물이 차게 만들었던 그 이유들을 고쳐나가야겠지요. 노동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 산업 구조조정, 신산업 육성, 진정한 자영업자 대책 등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도 최저임금이 마지막 한방울의 물을 부었다고 동의하면서 대책으로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문제 등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장기 대책은 말 그대로 중장기여서 현재 힘든 국민들을 도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단기적인 대책과 함께 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소득주도성장을 끝까지 고수한 채 중장기 대책만 강조하면 서민들의 생계는 파탄날 것입니다. 당장 내일 먹고 살 것도 없는데 5년, 10년 뒤를 기다릴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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