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여의도와 용산을 통째로 개발하겠다고 야심 차게 발표했지만 최근 서울 집값이 들끓고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정부 내에서도 강한 우려가 쏟아지자 한달반 만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 다른 대형 개발사업도 줄줄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시장은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주택시장이 이상 과열 조짐을 보여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주택시장 안정이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용산 마스터플랜’은 서울역~용산역 일대 349만㎡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는 대규모 밑그림이며 ‘여의도 마스터플랜’은 지난 1970년대 개발 이후 약 50년이 지난 여의도를 수변 도심형 복합지역으로 개발하는 계획이다. 7월 박 시장이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통합 개발’ 구상안을 밝힌 후 한 달 새 인근 집값이 1억~2억원 넘게 치솟고 최근에는 서울 전역의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서울의 다른 대형 개발사업도 일정이 연기될 것으로 보여 서울 부동산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서는 여전히 개발 기대감이 유효하기 때문에 곧바로 하락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매수세가 줄어 집값 상승세도 같이 주춤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강북 민심을 잡기 위한 ‘통 큰 개발’ 카드를 스스로 접으면서 대권 행보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박 시장은 이날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2월 발표한 서울시 공적임대주택 24만가구 공급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하고 서울시 행정2부시장 직속으로 ‘부동산상황점검반’을 즉시 설치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운영할 방침이다.
한편 국토부는 조만간 투기지역 지정 확대 등의 추가 부동산 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동훈·박경훈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