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주재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김동수씨의 일과는 스마트폰과 함께 시작한다. 인도네시아판 카카오톡인 OTT 채팅으로 업무지시를 주고받은 후 공유자동차 서비스인 그랩을 예약한다. 자가운전 지옥인 인도네시아에서 그랩이나 오토바이 택시 고잭은 모바일 시장과 함께 성장한다.
인도네시아인들의 스마트폰 애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소셜 미디어 사용자는 9,000만명으로 필리핀(5,000만명), 대만·베트남(4,000만명), 말레이시아(2,000만명)보다 훨씬 많다. 인도네시아인들의 일 평균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시간은 200분 이상으로 대만(180분), 베트남(170분), 싱가포르(120분)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통신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TLKM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인도네시아 1위 통신사업자로 ‘인도네시아판 SK텔레콤’으로 불린다. 실제 시가총액은 297억8,800만달러로 SK텔레콤(180억3,600만달러)보다 65%가량 많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시가총액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통신시장은 빅3(TLKM·ISAT·EXCL)가 거의 전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TLKM의 시장점유율은 54%를 넘는다.
인도네시아 통신사업은 기존 전화와 문제 메시지 등 전통적인 사업영업에서 이제는 데이터로 옮겨가는 과도기에 있다. 지난 2013년까지만 해도 전화와 문자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9%, 데이터는 11%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7년 데이터는 49%까지 늘었고 올해는 데이터가 51%로 절반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 투자 종목 중 1순위로 TLKM이 꼽히는 이유는 우선 품질 경쟁력이다. 수많은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바섬 외에 지역에서도 통신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2·3위 업체인 ISAT·EXCL이 있지만 이들은 자바섬을 넘어가면 전화가 끊기거나 인터넷 속도가 아직은 턱없이 느려진다. TLKM은 자바섬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어느 섬, 어느 지역에서도 균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에서 차별점을 갖는다.
글로벌 통신시장이 규제 장벽에 부딪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TLKM도 올 상반기 혹독한 성장통을 치렀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통신정책을 등록제로 바꾸며 수요에 제한을 받았다. 정책이 시행된 지난해 11월 이후 각 통신사는 ‘제 살 깎기 식’ 마케팅 경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각 통신사가 저가패키지 기간에 고객 수를 늘리기 위해 역마진 상품을 쏟아냈고 이에 순이익은 고꾸라졌다. 업계 3위인 EXCL조차 저가 마케팅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유례없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였다.
상승세를 타던 TLKM의 주가도 이를 반영했다. TLKM은 2·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연 최저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가 데이터 패키지가 TLKM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 저가 공세 정책에 빅3사의 데이터 부문 실적은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TLKM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프리미엄 이미지를 바탕으로 그나마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TLKM 역시 MB당 가격이 2016년 4·4분기 24루피아에서 지난해 4·4분기 15루피아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 7월 통신사들이 저가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인상에 나서면서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위기로 반전했다. TLKM IR 담당 임원은 “정책 악재에도 가격 인상 효과에 올해 연간 7%가량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위 업체가 가격을 올린 데 이어 TLKM도 지난 7월6일 지역별로 4~11% 가격을 인상했다. 최소한 1~2년 동안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증권사들이 TLKM을 업계 ‘베스트픽’주로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펀더멘털과 투자 여력이다. TLKM의 지난해 투자는 35조루피아로 2·3·4위의 전체 투자액보다 더 많다. 2위의 전체 투자액이 TLKM의 40%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TLKM의 리스크로는 여전히 정부 규제와 치열한 경쟁이 꼽힌다. 현재 TLKM이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2위 업체와 3위 업체의 2대주주가 해외자본으로 언제든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불안에서다. 또 정부 규제 역시 가장 큰 걱정이다. 현재는 인터넷 속도를 높이는 기지국에 대해 정부가 이를 각 통신사가 공유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풍문만 있고 실제 실행은 되고 있지 않지만 어느 순간 이것도 정책이 된다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카르타)=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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