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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된 黑과白, 전시로 런웨이

■패션 디자이너 故앙드레김·이신우 롯데百서 더블엣지展

생전의 앙드레김 /사진제공=롯데갤러리




디자이너 이신우 /사진제공=롯데갤러리


앙드레김의 드레스./ 촬영=조성재, 사진제공=롯데갤러리


화장하는 남자와 남성복 만드는 여자. ‘유니섹스’ ‘코디네이션’ ‘레이어드룩’이 처음 도입된 1980년대 패션 격변기를 관통하는 두 패션 거장이 있으니 ‘오트 쿠튀르(맞춤복)’의 대명사가 된 고(故) 앙드레김과 ‘기성복의 대모’라 불리는 디자이너 이신우다. 예술로 불릴 만한 이들의 패션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 ‘더블 엣지(Double Edge)’가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에비뉴엘아트홀에서 오는 31일 개막한다. 김홍기 패션큐레이터와 롯데갤러리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앙드레 김은 오랜 시간에 걸쳐 ‘오직 한 벌의 옷’을 공들여 만드는 오트 쿠튀르를 지향하며 여성복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반면 여성 디자이너 이신우는 아름다운 옷이라면 독점이 아니라 공유돼야 한다는 취지로 ‘패션의 민주화’를 외치며 기성복을 지향했다. 전시는 우선 색(色)으로 이 둘을 나눠 보여준다. 앙드레김은 흰색, 이신우는 검은색이다. 김홍기 패션큐레이터는 “백색은 완벽주의자인 앙드레 김의 삶과 미학을 반영하는 색”, “이신우의 검정색은 디자이너가 실험적 디자인을 감행하던 젊은 날을 넘어 40대가 되면서 삶에 대한 목적과 의문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사용한 색”이라고 구분했다.

☞‘화장하는 남자’ 앙드레김

맞춤복 대명사·백색 완벽주의자

옷감 질감·두께 등 섬세한 표현



전시장의 흰 벽 안에 놓인 8벌의 앙드레김 백색 드레스는 ‘그저 하얗기만 한 것 아닌’ 백색의 다양하고 섬세한 측면을 보여준다. 앙드레 김은 1960년대에 한국 남성 패션 디자이너로서 최초로 의상실을 열었다. 그는 여성복의 세계에 몰입했고 그에 어울리는 특유의 말투와 몸가짐을 익혔고 화장을 했다. 28년간 백색 옷만 디자인했지만 옷감 질감과 두께에 따라 백색도 미묘한 의미를 보인다. 실크는 한국산만 고집했고, 옷은 풍성하면서도 부드럽게 때로는 여리고 섬세하게 이미지를 바꿨다. 특히 7겹의 드레스가 층층이 겹쳐진 대표작 ‘칠갑산’은 조선 왕실의 결혼예복인 대례복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구름과 연꽃, 물결과 봉황무늬가 담겨 있다.

☞‘남성복 만드는 여자’ 이신우

깨달음의 색 검정으로 세련함 UP

기성복 대모, 세계적 대표작 선봬

이신우가 만든 옷들은 깨달음의 색인 검정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펼쳐진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이신우는 결혼 때문에 중퇴하고 남편을 따라 탄광촌에 살았다. 흙먼지 묻은 검은 작업복에서 브랜드의 영감을 얻었고 훗날 도회적이며 세련된 ‘이신우 옴므’의 남성복으로도 구현됐다. 이신우는 1968년 ‘오리지널 리’를 시작으로 영우와 쏘시에, 이신우 옴므 등 토털 패션 브랜드를 구축했다.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파리 컬렉션에 나갔고 도쿄 컬렉션에 참가해 이세이 미야케가 받았던 마이니치 패션대상을 외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그는 특유의 핸드 프린트 기술로 우리 자연의 색감과 계절의 변화를 옷에 담았다. 이신우의 대표작인 1994년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 선보인 드레스는 옛 고구려 고분벽화의 일신(日神)과 월신(月神)을 응용한 프린트가 돋보인다. 프랑스 언론에서 ‘고대 아시아의 찬연한 아름다움이 드러난 옷’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김태곤의 오마주 신작이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롯데백화점의 연례 예술 프로젝트인 LAAP(랩·LOTTE ANNUAL ART PROJECT)의 일환으로 ‘예술이 삶에게’ 보내는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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