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이 유례없이 풍부해지고 소비·투자를 꺼리는 유동성 함정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강해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데다 수익률도 웬만한 금융자산보다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3% 올라 21주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셋째 주(0.15%)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서울 아파트 값은 정부의 각종 규제의 영향으로 다소 정체돼 있다가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키우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도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일평균 거래량은 6월 159건, 7월 181건, 8월 1~29일 216건으로 늘었다.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잔액은 올 7월 말 기준 588조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7조6,000억원 늘었다. 투기과열지구 등 확대,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가 강화됐지만 주택대출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모습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각종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갈수록 희석되고 있는데다 경기둔화에도 서울·수도권 등의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굳건해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집중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부동산 투자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교수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처럼 정부의 각종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자극한 측면이 있다”며 “최근 서울시의 용산·여의도 개발 철회 해프닝 등도 서울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자금의 부동산 쏠림이 심화하면서 기업 투자와 관련이 있는 증시는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6,000억원에 이르렀지만 지난달에는 9조원, 이달 들어서는 8조5,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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