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통계청에 따르면 황수경 전 청장이 경질된 직후인 지난 27일 통계청공무원노조 명의의 성명서가 내부게시판에 올라왔다. 노조는 “현 제도상 통계청장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한국은행 총재처럼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지켜줘야 할 자리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경질됐다”며 “촛불 혁명을 바탕으로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탄생한 정부의 인사가 이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 건지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분배 및 고용악화 통계가 발표되어 논란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단행된 이번 청장 교체는 앞으로 발표될 통계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담보하기 어렵게 할 것”이라며 “통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조치”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난 26일 황 전 청장을 13개월 만에 전격 교체했다. 신임 통계청장에는 소득분배 전문가인 강신욱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임명했다. 올해 들어 가계소득 관련 통계가 악화하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에 논란이 일자 ‘소득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마련하려고 교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었다.
노조는 “좋지 않은 상황을 ‘좋지 않다’고 현재 상황을 투명하게 절차대로 공표했음에도 마치 통계 및 통계청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왜곡하더니 결국엔 청장의 교체까지 이르고 말았다”고 밝혔다. 통계청 노조관계자는 성명서에 대해 “직원들 사기 저하가 매우 크다”며 “앞으로 누가 통계청 자료를 믿겠느냐. 통계가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강 신임 통계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계 외압’ 우려와 관련 “조사에만 근거해서 (통계를) 발표하고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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