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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입출금 '무한반복'…증여세 안내고 10억대 아파트 구입

[국세청 부동산 탈세 사례 보니]

법인자금 빼돌려 토지 등 구매

자녀 통장에 3억…변칙 증여도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편법 증여 등 부동산 거래 탈세혐의자 360명에 대한 세무조사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호텔을 경영하는 A씨는 벌이가 없는 유학생 자녀의 명의로 수도권에 있는 고가의 상가건물을 구매했다. A씨는 매도자에게 직접 현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방법으로 수억원의 증여세를 탈루했다.

고액 자산가 B씨는 수차례에 걸쳐 은행 창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해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을 빼낸 뒤 아들의 계좌에 다시 입금했다. 계좌이체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아들은 이렇게 넘겨받은 돈으로 증여세 납부 없이 신도시 아파트 등 10억원대의 부동산을 다수 취득했다.

국세청이 29일 돈벌이가 없음에도 고가 부동산을 취득한 탈세혐의자와 수억원대 예금·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 등 총 504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다섯 차례에 걸친 부동산 세무조사로 총 2,550억원을 추징한 국세청은 이번에 서울·수도권 등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과열지역에 집중했다. 기획부동산 대주주인 C씨는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해 이 돈으로 소득이 없는 배우자와 20대 후반 자녀에게 부동산을 사게 했다. 이렇게 증여세를 내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사들인 아파트·토지 등 부동산이 37건에 달한다. 직업이 없는 19세 D씨는 청약과열지역의 분양가 14억원짜리 아파트에 당첨돼 아버지로부터 자금을 몰래 증여받은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 식으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데도 고가아파트나 분양권을 취득해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이들만도 360명에 달한다.

수억원대의 예금·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를 포함해 변칙 증여혐의를 받는 고액금융자산 보유자 146명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중학생 F씨는 본인 명의 계좌에 3억원의 예금을 넣어놓고 있다. 국세청은 부동산 임대업자인 부모가 세금 납부 없이 자녀에게 예금을 변칙 증여했다고 보고 조사를 하고 있다.

국세청은 향후 부동산 시장 가격 급등지역 등 주요 과열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거래·탈세 관련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모든 자금조달 계획서 신고자료를 실시간으로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과열지역의 주택을 이용한 편법 증여, 다주택 취득자 등에 대해서는 검증 범위를 확대하고 탈루 혐의가 발견되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지속해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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