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 건립과 작은도서관 조성 지원 예산은 지난 2017년 740억원이 편성됐지만 올해 712억원으로 4%가량 축소됐다. 다른 사업들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린데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시급하게 요구하지 않는 등 전반적인 증액의 타당성이 떨어져서다. 그러나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이 “도서관·체육시설·교육시설·문화시설 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주기 바란다”고 말하며 분위기가 180도 돌변했다. 그 결과 정부가 29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는 도서관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47.8% 급증한 1,051억원까지 치솟았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확대재정의 맹점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사업도 묻혀간다는 것”이라며 “전반적인 확장기에는 예산을 심사하는 엄격함이 사라질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분야로 중소기업 등 산업 지원 예산이나 농림 등을 꼽았다. 그는 “재정 긴축기에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하기가 수월하지만 사업마다 이해관계자들이 엮여 확장기에는 쉽게 줄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혁신형 예비 및 초기 창업자 1,500팀에 최대 1억원의 오픈바우처를 지원하고 재도전 성공패키지나 창업도약패키지 등 창업자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린 점도 정부의 투자 방향과 상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별 창업자에 대한 현금지원보다는 생태계와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이유다. 이는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창업 지원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내년 조세지출이 대폭 증가한 것도 돌연 예산이 증가한 사업들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비과세·세액 감면, 세액·소득공제 등으로 줄어드는 국세는 11년 만에 최대폭인 5조6,000억원 늘어난 47조4,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저소득층 소득 지원을 위한 근로장려금(EITC)이 수급자 연령·소득·재산요건 완화로 지급 대상이 2배로 늘고 지급액은 3배 넘게 늘어나면서 지급액이 올해보다 3조5,544억원 증가한 영향이 크지만 애초 올해 일몰 예정이었던 조세특례사업들이 대거 생명을 이어간 영향도 상당하다.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에 따른 감면액은 2조1,716억원에 달하고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 규모도 2조5,760억원으로 추정됐다. 농어업인이나 개인택시 부가가치세 등 올해 일몰 예정인 조세특례제도는 대부분 살아나며 조세지출을 늘렸다. 확대재정 기조 속에서 예산이나 마찬가지인 조세지출도 덩달아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