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이 출범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역의 젊은 작가를 해외 미술관 프로젝트 전시에 포함시키는 성과를 이뤘다.
30일 부산현대미술관에 따르면 부산지역 신인 이한솔(30) 작가는 현대미술로 유명한 일본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의 대규모 프로젝트 전시 ‘변용하는 집’(Altering Home)에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소장품 교류와 같은 일반적인 교류전시가 아니라 지역의 신진을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다음 달 15일 개막하는 ‘변용하는 집’은 가나자와 도심 곳곳에 위치한 공장, 사찰, 빈 점포 등 유휴 공간을 아우르며 진행된다. 전시에는 한국, 일본, 중국의 세계적 명성의 현대미술작가 22명(팀)이 참여한다. 한국 작가로는 베니스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활동을 하는 서도호 작가와 부산출신 전준호 작가가 문경원 작가와 팀으로 참여한다. 이 외 국제적 명성의 중국작가 송동, 츠우즈지에를 비롯해 일본 타다시 가와마타, 사와 히라키 등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처럼 각 나라의 주요 현대미술 작가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부산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가 참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이한솔 작가는 은폐되고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고 해체하는 행위로 오염된 책을 세탁기에 반복해 돌리는 설치 작품을 가나자와 시내의 유휴 공간에 전시한다.
일반적으로 미술 교류 특히 타 국가와의 교류는 단기간에 진행되기 힘들다. 하지만 부산현대미술관은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를 계기로 올해 초부터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 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접촉 해왔다. 그 결과 지난달 무라카미 사토시의 ‘집의 동사형’ 퍼포먼스를 부산에서 진행하는 한편, 부산 작가를 가나자와 측에 소개하는 교류를 성사시켰다.
김성연 부산현대미술관장은 “작은 일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지역미술과 미술관의 긍정적인 관계를 시도한 상징성이 있다”며 “앞으로도 미술관이 지역미술과 작가들의 활동범위를 확장하는데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장으로 부임하기 이전부터 지역미술, 지역작가를 진출시키는 역할을 미술관 차원에서 추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빠른 시간에 가능하게 됐다”며 이번 교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두 달에 걸친 개관전시 기간 동안 3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찾아 성공적인 출발을 한 부산현대미술관은 세계미술의 흐름 속에서 지역 미술을 확장하는 노력하고 있다. 개관전시에서 해외 유명 작가들만이 아니라 지역 작가의 작품을 비중 있게 함께 조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내년 작가교류만이 아니라 해외 큐레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미술관의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