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올 하반기 체크카드를 통한 온라인 결제 시 네이버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네이버와 제휴를 추진한다. 카카오뱅크의 자매사인 카카오페이는 온라인결제 시장에서 네이버페이와 경쟁하는 관계인데, 적과 손을 잡은 모양새가 됐다.
30일 금융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올 하반기 내 체크카드로 온라인 결제를 할 때 네이버페이 이용이 가능하도록 네이버와 제휴할 예정이다.
간편결제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정보를 한번 입력하면 공인인증서 인증 없이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뱅크가 네이버와 손잡게 되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고객은 온라인쇼핑 결제 시 네이버페이 포인트 적립 등 혜택을 누릴 수 있어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아울러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더욱 폭넓게 쓸 수 있도록 LG페이와도 제휴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가 경쟁 관계라 카카오뱅크가 네이버페이와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현재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페이코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카카오가 지분 10%를 보유해 주요주주로 있는 카카오뱅크는 체크카드 이용자가 네이버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카카오페이의 점유율을 네이버페이가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제휴를 미뤄왔다.
카카오뱅크가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를 통해 카드사업을 키우려는 것은 간편결제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11조7,810억원에서 지난해 39조9,906억원으로 3배 넘게 급성장했다. 더구나 정부에서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제로페이를 통해 간편결제 산업을 적극 밀고 있어 전망도 밝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가 점차 발달하면서 플라스틱 등 실물카드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 출신인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카카오뱅크의 미래 먹거리를 키우기 위한 승부수를 던질 시점이라는 판단 하에 오히려 제휴를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등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에 대한 규제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면 가계대출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카카오뱅크는 여신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출범한 지 반 년 만인 올해 1월 말 여신금액이 5조원을 돌파했지만 같은 기간이 지난 올해 7월 말까지는 1조9,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체크카드 발급건수가 500만건을 돌파한 만큼 카드사업으로 수익을 낼 만한 시점이 됐다”며 “간편결제와의 제휴로 시장점유율을 올리고 신용카드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카드사업을 강화하면서 신용카드사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않은데 새로운 플레이어가 가세하면 경쟁이 더 과열될 수 있어서다. 8개 전업 카드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014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3년 만에 1조원 급감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익도 전년동기 대비 35.2% 줄어든 9,669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업계는 특히 결제 시장에 신종 페이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전통적 사업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결제방식이 전통적인 ‘긁는’ 방식에서 QR코드로 ‘찍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결제 흐름의 전환으로 구매자의 은행 계좌에서 판매자의 은행 계좌로 바로 돈이 넘어가는 구조가 보편화되면 카드망이 필요없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향후 3~5년간은 신용카드와 신종 페이가 공존하다 2020년대부터 스마트폰 결제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드사들도 페이 시장의 급성장에 뒤늦게 대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신한·롯데·비씨카드는 모든 가맹점에서 단일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한국 통합 QR페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앱을 통해 가맹점에서 QR코드뿐 아니라 바코드 결제, 근거리무선통신(NFC) ‘저스터치(JUSTOUCH)’ 결제까지 망라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여 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수십년간 카드망을 기반으로 결제 시장에 접근해온 터라 새롭게 결제 시장을 공략하는 정보기술(IT) 업체보다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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