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기업 A사의 한 관계자는 “R&D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면 더는 소모적인 회계처리 논란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금융당국의 잇따른 R&D 비용 회계감리 착수 등으로 잔뜩 위축된 바이오제약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한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의 현실을 감안해 선진국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예외적인 경우로 인정하는 범위를 넓히겠다고 명시한 것도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다. 앞서 차바이오텍(085660)·메디포스트(078160)·랩지노믹스(084650)·오스코텍(039200) 등은 금융당국이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의 R&D 비용 처리에 회계감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기존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수정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자산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하루라도 빨리 기준을 확정해달라는 입장이다. R&D 비용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본업인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계처리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각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의 특수성과 선진국 대비 열세인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해 전향적인 자산화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D 비용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는 기준을 원칙적으로 임상 3상 돌입으로 정하고 혁신 신약 등으로 인정받는 경우에는 조속한 상용화를 위해 임상시험 전 과정을 자산으로 처리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바이오제약 산업의 회계처리는 일률적인 기준보다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R&D 비용의 자산화가 실적 부풀리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 신약·준신약·복제약 등으로 자산화 기준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