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시중 부동자금을 지목했다. 이 대표는 3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시중 여유자금이 너무 많아 투기자금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생산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5년에 (내가) 총리를 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어서 여러 대책을 세웠는데, 투기로 의심되는 동향이 있으면 필요한 조치를 즉각 해야 한다”고도 했다.
여당 고위관계자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을 공개적으로 지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리의 발언은 단기 금융상품에 머물러 있는 시중 부동자금이 생산활동과 관련없는 부동산 매매자금이 아닌 소비와 투자 자금으로 사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부동자금이 투자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기업 대출이 늘거나 증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과감한 세제·금융 지원을 통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또 금융기관들이 사실상 무위험인 주택담보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 나서도록 금융혁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촘촘한 규제를 해소하고 반기업 정서를 완화해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시중의 돈이 투자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4로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2월(74) 이후 18개월만에 최저치다. 업황 BSI는 100 미만이면 경기 비관 기업이 낙관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이상이면 그 반대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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