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은 시간적 제약과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도전적 환경에서 거래 참여자들이 각각의 내외부 갈등을 극복하고 소통하면서 전진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딜은 거래 참여자 모두에게 같은 가치일 수 없으며 이는 다양한 형태의 딜이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다른 의미로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실사했던 대상 회사가 이후 전혀 다른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 있기도 하고 동종 업계의 실사 경험이 대상 회사의 실사를 수월하게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경험할 때도 있다. 인수자의 의지와 방향에 따라 딜과 실사업무는 저마다 다른 고유의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외부 조사기관에서 ‘장기적인 실사는 거래의 성공 가능성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longer due diligence results in a higher likelihood of deal success)’는 리서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장기적인 실사’는 단순한 물리적 시간이 아닌 보다 상세한 실사를 의미한다.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행 가능한 개선사항을 확인하며 실사 중 발견한 우발사항이나 고의로 누락한 정보를 찾아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를 볼 때 상세한 실사가 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상관관계는 합리적인 리서치 결과일 수 있다. 이처럼 M&A 과정에서의 실사는 성공적인 딜을 이끌기 위한 필연적 과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딜의 고유 의미와 목적을 함께하는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팀과 자문사의 구성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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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인수자는 조직과 이해관계자, 신뢰할 수 있는 자문사와 함께 대상 회사에 대한 면밀한 실사로 리스크와 기회를 파악하고 적정한 가치평가 및 전략 실행으로 성공적인 딜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경쟁적인 딜 환경에서는 리스크 감수, 개선 역량,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원과 투자 경제력 확보 등에 따라 1단계 승패가 갈리기도 하고 몇 년 후에는 또 다른 형태의 2·3단계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이 있고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을 경우 내외부의 부정적인 시각과 기회비용 등 재무적 부담까지 져야 한다. 선진국형 낮은 성장률의 경제환경에서는 자체 성장에 제한적인 회사이거나 딜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회사가 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도 도전적인 환경이다.
워런 버핏은 그의 저서 ‘워런 버핏 바이블’에서 “인수 과정에서 실수한 것들은 대부분 기업의 경제환경이나 미래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해 마땅히 인수해야 할 기업을 인수하지 않은 이른바 부작위의 실수”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의 기본 경제성, 해당 산업의 진행 방향, 경쟁자의 시장지배 가능성 등을 인수 점검 목록에 포함하는 것”이라고 전체 딜을 보는 시각과 실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면밀한 실사 과정에 대한 높은 관심과 투자를 통해 각 경제주체가 목적에 맞고 성장을 견인해 가는 성공적인 딜이 더욱 많아져 우리나라의 M&A가 더 발전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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