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시장 귀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머니 신흥국 투자의 걸림돌이었던 강달러가 완화된 국면에서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원화 강세)를 보인 것이 외국인 투자의 물줄기를 넓혔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에 유입된 해외 자금은 미 증시 주도주와 성격이 같은 상위 기술주를 매집하는 상황이어서 올해 국내 증시 부진의 키워드였던 미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7%(1.68포인트) 내린 2,307.35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7일부터 이어온 연속 상승세는 10거래일 만에 꺾였지만 장중 2,320.85까지 오르며 7월2일(장중 최고가 2,327.59) 이후 약 2개월 만에 처음으로 2,32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시 호재가 국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아마존(3.38%), 알파벳(1.51%) 등 기술주가 상승을 주도하면서 나스닥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함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지수와 S&P500은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미국발 훈풍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행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88억원을 사들였다. 21일부터 8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것인데 이는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 최장 외국인 순매수 기록이다. 이 기간 투자금액도 1조2,825억원으로 지난달 전체 순매수 금액(3,733억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1월 2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후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이 8월 들어 다시 1조원 넘게 사들이면서 하반기 코스피지수 상승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빨라진 국내 증시 귀환은 미국 등 선진시장 대비 신흥국 증시의 하락 압력을 키웠던 달러 강세 완화 덕분으로 분석된다. 2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12%(0.11포인트) 내린 94.52를 기록했다. 8월14일 96.6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달러 완화는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원60전 내린 1,108원60전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110원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6월22일 이후 처음이다. 원화 가치가 상승세를 보이면 외국인 입장에서 향후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 투자 요인이 된다.
환율 하락과 함께 외국인 귀환 속도가 빨라지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국내 증시 부진을 설명하는 키워드였던 코스피와 미 증시의 디커플링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집중 매수하고 있는 종목들은 삼성전자(005930) 등 기술주다. 이는 미국 증시 상승 주도주와 성격이 같아 글로벌 자금이 미국과 한국에 동시 베팅을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5,869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이외에도 삼성전자우(005935)(1,281억원), NAVER(035420)(1,141억원), 삼성전기(009150)(766억원), 카카오(035720)(578억원), 삼성에스디에스(018260)(498억원) 등 주요 기술주에 집중 베팅하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상승한 S&P500과 코스피지수의 디커플링이 끝나가고 있다”며 “그동안 미국의 독주에 소외됐던 만큼 한국 증시의 반등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증시의 강한 상승세에 캐나다와의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이 작용한 만큼 코스피지수가 미국과 본격적인 커플링을 이루고 상승세를 보이려면 미국·중국 무역분쟁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국 증시의 이익전망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부분 때문에 현재 중국 증시와의 동조성이 큰 상황”이라며 “한국 증시의 상승을 위해서는 미중 무역갈등의 원만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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