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트 판니스텔로이, 해리 케인, 루이스 수아레스….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최고의 발견 황의조(26·감바 오사카)를 두고 국내 축구 팬들은 해외 스타들을 불러내 ‘케인급’ ‘수아레스급’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물론 상대한 팀들의 수준 등 여러 면을 볼 때 과장이 섞인 칭찬이지만 그에 대한 반발도 찾기 어렵다. 한국 축구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만화 같은 골 결정력에 단기전 임팩트로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9월1일 오후8시30분(한국시각) 아시안게임 사상 첫 일본과의 결승도 선봉은 황의조다. 일본프로축구 J리그 소속이라 낯이 익은 리그 동료들과의 맞대결도 흥미롭다. 황의조는 올 시즌 J리그 9골을 기록 중이다. 컵 대회 득점을 포함하면 14골이나 넣었다. 김학범 감독과 K리그 성남 시절의 인연 때문에 한때 대표팀 선발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쏙 들어간 지 오래다. 여론은 ‘황의조 없었으면 어쨌을 뻔’으로 180도 돌아섰다.
이번 대회 6경기 431분 동안 9골을 쌓은 황의조는 평균 47.9분당 1골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찍고 있다. K리그 성남 시절부터 최고 수준의 슈팅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다소 기복이 있던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꾸준하게 치명적인’ 공격수로 거듭난 느낌이다. 어느 지점에서든지 어느 발로도 강력한 슈팅을 날리는 황의조는 차범근-최순호-황선홍-이동국-박주영을 잇는 국내 정통 스트라이커 계보에도 이름을 올릴 태세다. 그래서 일본전은 그에게 마지막 증명의 무대이기도 하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황선홍이 작성한 아시안게임 단일 대회 최다골(11골)에도 도전한다. 황선홍은 그러나 당시 쿠웨이트에 밀려 동메달조차 목에 걸지 못했다. 11골 또는 그 이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황의조는 아시안게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잡이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대회 활약을 발판으로 A대표팀에도 오랜만에 선발된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한국 사령탑 데뷔전인 오는 9월7일 코스타리카, 11일 칠레전에서 국내 팬들을 만난다.
일본은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은 U-21 대표팀으로 나와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한일전은 한일전. 그동안 국제 축구대회 결승에서 한일전은 모두 7번 펼쳐졌고 전적은 3승2무2패의 근소한 우세다. 가장 최근 승리는 2002년 10월 있었던 아시아 U-19 선수권이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결승에서 한국은 연장 6분 터진 정조국의 중거리 결승골로 1대0으로 이겼다. 그러나 2016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서는 2골을 먼저 넣고도 후반에 내리 3골을 내줘 역전패한 뼈아픈 기억도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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