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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동행지수 금융위기 후 최저...선행지수 2년만 100 밑돌아

더 가팔라진 경기하강 신호

7월 산업활동동향

동행지수 금융위기 수준으로 하락

선행지수도 2년만에 100 밑돌아





외환위기 한복판에 있던 지난 1997년 9월, 설비투자는 전달 대비 7.6% 감소했다. 이를 시작으로 1998년 6월까지 설비투자는 10개월 연속 곤두박질쳤다. 후유증은 오래갔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영업이익 대비 150~200%를 설비투자에 쏟았던 기업들은 위기 이후에는 설비투자 성향이 2004년 기준 69%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위기 전 경제성장이 1% 이뤄질 때 설비투자가 1.5% 증가했다면 위기 이후 2006년까지 설비투자 증가율은 1% 미만이었다. 투자 급감은 결국 고용 축소로 이어져 가계살림까지 위축됐다. 투자 감소 흐름이 그만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투자 침체의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31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7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0.6% 감소했다. 올해 들어 3월부터 시작된 설비투자 감소세는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의 최장기간 마이너스다.

지난달 설비투자 감소는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3.9%)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설비투자 호조를 이끌었던 반도체 설비 증설이 4월부터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전체 투자가 둔화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투자가 14.1% 급증한 기저효과도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기업의 체감경기도 가라앉았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4로 1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는 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할 만한 유인이 적고 불확실성이 크다”며 “규제 완화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고용여건도 고용주 입장에서는 여의치 않게 바뀌는 등 국내 투자여건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3대 지표 중 생산과 소비는 증가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다. 지난달 생산은 조선업을 포함한 기타운송장비(7.1%)와 화장품 등 화학제품(2.2%) 증가세에 힘입어 0.5% 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지출로 측정되는 공공행정 분야 생산이 4.0% 증가한 것이 한몫을 했다. 기여도가 0.28%포인트로 가장 컸다. 민간이 아닌 정부가 떠받친 몫이 크다는 얘기다. 어 과장은 “폭염 등으로 전기·상하수도 공공요금 지출이 늘어난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소비도 0.5% 늘어 2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폭염에 따른 에어컨, 기능성 여름 의류, 선케어 화장품 등 여름철 특수 덕이 컸다.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년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기지표도 어둡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3포인트 떨어진 99.1이었다. 4개월 연속 하락한데다 수치 자체도 2009년 9월(98.9) 이후 가장 낮았다.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에 이어 0.2포인트 떨어진 99.8을 기록했다.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100을 밑돈다. 강 교수는 “경기가 서서히 가라앉는 하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지표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더라도 구조적인 문제를 정비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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