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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규제 푼다]"빅데이터 규제 걸림돌 제거 혁신성장" '가명정보' 동의 없이도 기업 활용 허용

주민번호·이름 지운 개인정보

정보보호대상서 아예 배제

산업혁신-국민 삶의 질 제고

공공기관 민간 클라우드 이용

시민단체의 반발 설득이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인공지능 활용 피부 나이 측정 시스템을 체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피부 나이는 60대로 측정됐다. /연합뉴스




지난 2009년 구글은 빅데이터로 신종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을 정부보다 1~2주 먼저 예측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빅데이터로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고 막대한 광고비를 받는다. 아마존이 세계 최고 전자상거래업체가 되고 알리바바가 작년 11월11일 광군제에서 하루 28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빅데이터 덕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온라인은행을 통해 중금리 대출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IBM은 3억명가량의 환자 데이터를 보유하며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선박·항공기 엔진·발전소 터빈·의료기기 등의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유지보수비로 매출의 75%를 올린다.

AI의 총아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만 해도 글로벌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다. 빅데이터는 기술에 영혼을 불어넣는다”(마윈 알리바바 회장), “우리는 절대로 데이터를 내다버리지 않는다”(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은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없도록 조치한 비식별정보를 맘껏 활용해 의료·유통·금융 등 산업 혁신 등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편의 제고에 나서고 있다.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초융합으로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데이터 경제’로 급속히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인공지능과 동전의 양면관계로 인공지능을 키우려면 빅데이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에만 초점을 맞춰 사실상 빅데이터 불모지나 다름없다. 빅데이터 활용·분석 수준이 주요 63개국 중 56위에 불과하다. 개인정보 규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는 취약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3대정책(소득주도 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 중 하나인 혁신성장의 동력이 막혀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당·정·청은 31일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연내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에 나서 비식별 정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부문의 민간 클라우드 이용 규제를 푸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우선 어떤 다른 정보를 결합해도 개인을 알 수 없게 처리한 익명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처럼 의료·금융·유통·교육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25세 여성 김미정’이라는 개인정보를 ‘25세 여성 김순미(가명)’로 바꾸는 가명정보 개념도 도입해 상업 목적의 통계조사와 산업 연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만약 특정 개인이 노출되게 재식별처리하면 처리 중지와 삭제 조치는 물론 고의라고 판명되면 형사처벌하고 과징금도 부과한다.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사용 규제를 풀어 빅데이터 활성화를 꾀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변화다. 이를 통해 범정부적으로 교육·의료·행정 등 클라우드를 접목해 혁신사례를 만들기로 했다. 공공데이터 개방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스마트시티·무인차·드론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물위치정보 수집·이용·제공 때 사전 동의도 면제하기로 했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은 “혁신성장의 핵심동력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퍼스트’ 를 통해 경제활력과 삶의 질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지난 2016년 6월 정부가 마련한 ‘개인정보 비식별 처리 가이드라인’은 익명정보와 가명정보를 뚜렷이 구분하지 않고 법적 구속력도 없는 문제가 있었다. 정윤기 행안부 전자정부국장은 “이번 조치는 (익명정보는 물론) 안전하게 조처된 가명정보를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가명처리 방법과 절차 등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는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변수다. 참여연대 등 12개 단체는 지난해 11월 “비식별 처리됐어도 기업의 원래 데이터와 결합해 재식별화될 위험이 크다”며 비식별 처리된 개인정보 결합물을 제공한 공공기관과 기업 20여곳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데이터 관련 규제혁신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신산업을 일으키겠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데이터 이용 과정에서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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