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연 1.50%) 동결을 발표한 31일 오전 국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가량 하락(가격 상승)했다. 하루 변동폭치고는 상당한 수준이다. 한은 총재가 “잠재성장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기조는 유효하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국채금리는 0.064%포인트 내린 1.916%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12일 이후 최저치다. 채권시장의 한 전문가는 “한은의 금리 인상 의지를 시장이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2·3면
한은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한 후 여섯 번째 연속 동결했다. 한번 금리 인상에 나서면 베이비스텝으로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관행과는 딴판이다. 자타공인 매파인 이주열 총재지만 금리 인상은 지난 2014년 취임 이후 단 한 차례에 그쳤다.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 “현 기준금리 수준은 중립금리보다 낮다”며 수시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행동에 옮긴 것은 한 번에 불과한 셈이다. ‘비둘기파’인 김중수(전 한은 총재)는 올리고 ‘매파’인 이주열은 못 올린다는 뒷말도 나온다.
물론 한국 경제를 둘러싼 온갖 악재 탓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쇼크와 내수부진,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불안, 미국 경기 호황과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등이다. 경기침체 흐름은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0.6% 감소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9월부터 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 이후 약 20년 만에 최장 기간이다. 3~6개월 뒤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99.8로 100 밑으로 내려갔다.
한은의 운신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국내 경기를 감안하면 금리를 동결하거나 오히려 인하해야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액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뒤따라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처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며 인상 기조를 재확인했다. 총재 추천인 이일형 금통위원도 지난달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소수의견(인상)을 냈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은 딴판이다. 연내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의견이 대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하반기 고용사정 개선 여부에 따라 금리 인상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이 변수지만 고용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한 당분간 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능현·김영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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