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보다 상추가 귀해지니 상추 더 달라는 말에 고기를 대신 줄 판이에요.”
사상 최악의 폭염이 끝나더니 집중호우가 이어지며 채솟값이 폭등했다. 추석을 앞둔 성수품 물가 비상이 걸리면서 당국은 비축 물량을 풀고 농협 등을 동원해 할인판매에 나선다지만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잎채소를 중심으로 밥상 물가 전반이 크게 뛰어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시금치 1㎏은 평균 3만7,682원으로 한달 전(1만261원)보다 4배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4,607원)보다도 158% 비싸고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가격대다. 미나리(1㎏)도 한 달 전보다 193% 오른 1만710원으로 가격이 치솟았다. 적상추(100g) 가격은 1,553원에 거래돼 수입산 냉동삼겹살(1,040원)보다도 비쌌다.
한국인들의 필수 반찬인 김치를 만드는 배추와 무 가격도 폭등세다. 포기당 배추 가격은 이달 상순 3,593원에서 하순에는 5,861원까지 올라 평년보다 51% 높았고, 무 역시 같은 기간 2.397원에서 2,782원까지 올라 평년보다 91% 높다. 서울 종로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김치를 더 달라고 하는 손님들의 목소리가 미울 정도”라고 말했다.
채솟값이 폭등한 이유는 봄철 이상저온에 여름철 폭염 장기화로 생산량이 줄고 상품성이 떨어진 가운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국지성 호우까지 내리며 수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이달 말 추석을 앞두고 과일이나 육류 가격까지 심상치 않다. 사과는 아오리 10㎏ 기준으로 8월 하순 가격이 4만2,000 대로 평년보다 66% 비쌌고, 배는 원황 15㎏ 기준 4만2,000원 대로 평년보다 39% 올랐다. 소고기는 8월 하순 가격이 전년보다 8%, 닭고기는 10% 올랐다. 밤도 지난해보다 39%나 비싸다.
물가가 들썩이자 정부는 추석 성수품 특별대책 추진 기간을 예년의 추석 전 2주간에서 1주일 앞당겨 추석 전 3주간으로 확대 운영하고 배추·무·사과·배·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계란·밤·대추 등 10대 성수품을 평소보다 1.4배 확대 공급하기로 했다. 농협과 대형마트 등 온라인·직거래 매장과 연계한 할인행사도 늘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물량을 확대 공급하면 가격은 다소 누그러질 수 있지만 지난 주말 폭우로 이번 주 가격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임진혁기자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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