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조선호텔이 서울 강남에 위치한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들어선다. 조선호텔의 첫 강남 진출이다. 정 부회장이 최근 호텔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조선호텔을 운영하게 됨으로써 강남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신세계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3일 재계와 호텔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최근 부동산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과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조선호텔을 열기로 합의했다. 르네상스호텔은 지난 1988년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개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인 고(故) 김수근씨의 유작으로도 유명하다. 르네상스호텔은 한때 강남의 랜드마크였으나 모기업인 삼부토건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2013년 매물로 나왔다. 이후 수차례 매각이 무산됐으나 2016년 4월 공매를 통해 토목공사 업체인 브이에스엘코리아(현 다올이앤씨)가 6,9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대형 오피스빌딩과 대규모 상업시설, 호텔 등 총 연면적 23만8,768㎡ 규모의 복합시설로 개발되고 있다. 준공 예정일은 오는 2020년 9월. 최근 이지스운용이 르네상스호텔 부지와 개발 중인 자산 일체를 2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신세계는 이지스운용이 사들이는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260실 규모의 최고급 조선호텔을 선보일 계획이다. 조선호텔은 2개 동 중 테헤란로를 향한 전면동 24~36층에 총 연면적 4만5,068㎡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호텔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신세계 측이 조선호텔이라는 고급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적절한 지역을 오랫동안 물색해왔으며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옛 르네상스호텔 자리를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는 매물로 나왔을 당시 테헤란로에 남은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부동산투자자·디벨로퍼·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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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호텔사업은 신세계그룹에서 변두리에 있었다.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할 때부터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그 뒤로 25년이 넘도록 단 3개의 호텔(웨스틴조선호텔 부산, 포포인츠바이쉐라톤 남산, 레스케이프)을 추가로 운영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실 그동안 경쟁사인 롯데그룹이 롯데호텔을 글로벌 체인으로 성장시켜온 것과 비교하면 신세계그룹의 호텔업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정 부회장이 최근 독자 브랜드로 론칭한 레스케이프호텔을 시작으로 2020년 웨스틴조선호텔 강남까지 합세하면 신세계그룹에서 앞으로 호텔사업의 위상은 더욱 커질 공산이다. 얼마 전에는 정 부회장의 장남 정해찬씨가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을 인턴 근무 첫 회사로 선택한 것을 봐도 신세계그룹의 호텔사업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서 조선호텔을 운영하게 됨으로써 강남에 진출하게 됐다. 롯데호텔이 운영 중인 시그니엘 서울, 최근 리뉴얼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야심작 JW메리어트 강남 호텔을 비롯해 르메르디앙호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 파크 하얏트 호텔 등 럭셔리 호텔 전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신세계가 인수한 반포동 고속터미널 소재 JW메리어트호텔의 경우 신세계가 지분 60%를 가진 센트럴시티의 소유이며 정유경 총괄사장이 지휘하고 있어 형제간의 자존심을 건 싸움도 예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조선호텔의 등장으로 호텔시장의 주도권은 기존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갈 정도로 강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이번에 옛 르네상스호텔에 들어서는 조선호텔은 레스케이프보다 럭셔리 브랜드로 글로벌 호텔 체인들 간의 경쟁이 치열한 강남 호텔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조선호텔 강남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고병기·박준호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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