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중심 건물에 해당하는 근정전 서북 쪽 연못 안에 세워진 경회루는 단일 평면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누각이다. 경복궁을 처음 지을 때는 작은 누각이었으나 조선 태종이 1412년에 연못을 넓히면서 크게 다시 지었다. 경사 경(慶) 자에 모을 회(會) 자를 쓴 경회루의 이름은 조선 초 문신 하륜이 “사람을 얻은 뒤에라야 ‘경회’라 할 수 있고 이는 군신(君臣) 간에 서로 덕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적은 데서 유래했다. 이곳은 주로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사신을 위한 연회장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단종이 숙부 수양대군에게 옥새를 넘겨준 비운의 현장이었으며, 연산군이 방탕하게 놀다 ‘흥청망청’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곳 또한 여기였다. 임진왜란으로 돌기둥만 남긴 채 타버린 경회루는 270여 년이 지난 고종 4년(1867)에 경복궁 재건과 함께 다시 태어났다. 긴 돌로 둑을 쌓아 연못 속에 네모 반듯한 섬을 만들고 그 안에 누각을 세웠다. 간결하면서도 호화로운 미감이 탁월하다. 3개의 돌다리가 경회루를 땅과 연결한다. 기록으로 전하는 옛 경회루는 연못의 연꽃과 돌기둥의 화려한 용무늬로 유명했다. 지금도 경회루에서 내다보는 북악산은 최고의 차경(借景·창틀 너머로 보는 자연풍광)으로 꼽힌다. 낮 풍경도 일품이지만 다음 달 20일까지 열리는 ‘경복궁 별빛야행’에서는 경회루의 야경과 누각에서 즐기는 국악공연 등을 만끽할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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