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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박봉열 광건티앤씨 회장 "기술력만이 제조업 살길"

"한우물 정신으로 百年巨木 꿈꾸죠"





“광건티앤씨 거래처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와 같은 글로벌 기업입니다. 반도체 클린룸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는데 최첨단 청정시설이라 티끌 하나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 제품은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아 먼지가 달라붙지도 않고 전자파를 차단하는 특수기능까지 있습니다. 제가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지만 신제품 도면을 직접 그려가면서 신제품을 개발합니다. 중학교 졸업장이 전부라 부족한 것이 많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배워가며 기술력을 쌓아왔어요. 제조업은 기술이 전부입니다.”

박봉열(77·사진) 광건티앤씨 회장은 3일 서울 광진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정부가 외치는 일자리 창출도 제조업이 받쳐줘야 가능하다”면서 “지금은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퇴보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국내 제조업계에는 숨은 고수들이 많다. 무일푼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기술 하나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강소기업들이다. 국내 내장공사 1위를 지키고 있는 광건티앤씨의 박 회장은 국내 제조업의 산증인과도 같다. 천장 공사에서 시작해 고부가가치 사업인 반도체 클린룸 설계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연 매출 1,200억원대의 강소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날 기자와 만난 박 회장은 대뜸 도면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일본 하네다공항이 발주한 내장공사에 일본 업체가 입찰을 제안한 도면이었다.

“군데군데 부실투성이에요. 일본 업체가 만든 거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제조업 강국으로 손꼽히는 일본이 이 정도로 추락한 거예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술의 명맥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제조업을 지켜야 합니다. 공장에 가보면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들인데 이러면 기술을 키워낼 수가 없습니다.”

박 회장이 제조업 기술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기술만이 제조업의 살길이라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다. 스스로가 1977년 광건사(광건티앤씨 전신)를 창업하고 40여년간 칸막이 분야에서 기술을 쌓으며 선두기업으로 올라섰다. 광건티앤씨가 생산하는 칸막이는 단순히 공간분할만 하는 일반 칸막이와 달리 차음 및 방화, 친환경 기술이 덧씌워진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 드라마 녹아있는 창업 스토리

젊은시절 고향 남해서 배타다 무작정 상경

조선맥주 일당직으로 시작해 새시社 입사

불연재 시장 팽창 예상, 칸막이 업체 창업

많은 사람 만나 의견교환, 스스로 더 성장

인터뷰 도중 박 회장은 집무실 한편의 구석으로 안내했다. 철제로 만들어진 운동기구가 놓여 있었다. 자리에 앉더니 운동하는 모습을 시현했다.

“나이가 들면 무릎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하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이 운동기구는 팔의 근력과 상반신 균형을 잡아주는데 제가 이 사무실에서 도면을 그리고 쇠를 잘라붙여 만든 거예요. 기술력을 키우려면 연구를 멈추면 안 됩니다. 천장 공사에서 시작해 반도체, 바이오 클린룸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각 시점마다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던 덕분이에요.”

업력이 오래된 많은 국내 제조기업 창업가들이 그렇듯 박 회장의 창업 스토리에도 드라마가 녹아 있다. 경상남도 남해가 고향인 박 회장은 젊은 시절 고향 사람들처럼 배를 탔다. 그러던 중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 보자’는 결심을 하고 무작정 상경했다. 노역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던 그는 제대로 된 직장을 찾지 못했고 용산역에서 무임승차권을 얻어 귀향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가 한강철교를 지나는데 넘실거리는 한강이 보이더군요. 고향에 가서 또다시 출렁이는 파도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아직도 이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영등포역에 내려서 한일여인숙이라는 곳에 숙소를 잡았는데 일하는 아줌마한테 이 근처에서 제일 큰 회사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오른편의 오비맥주, 뒤편의 조선맥주라고 해서 더 가까웠던 조선맥주로 찾아갔습니다. 일용직으로 맥주 공장에 지원해 일하기 시작했어요. 나이 서른을 막 넘긴 때였는데 정규직보다 더 성실히 업무에 임했어요. 2년 만에 정규직이 됐습니다.”

앞만 보고 가던 그는 얼마 뒤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자신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준 회사 상사가 창업에 나서면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인생의 은인이라 믿었던 터에 그를 따라 나섰지만 신생 회사는 얼마 안 가 문을 닫았다.



“후회는 없었습니다. 저한테는 큰 어른 같은 분이었어요. 이후 새시·창호 전문회사에 들어가게 됐는데 ‘이런 사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불연재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1977년 경량천정과 칸막이를 만드는 광건사를 창업했는데 적중했죠. 사업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신세도 많이 지고 밤잠 안 자고 노력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사업을 키우면서 결론 하나를 얻었어요. 지위가 높든 낮든, 나이가 많든 적든 많은 사람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다 보면 스스로 더 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박 회장 집무실 입구에는 오래된 현판 하나가 걸려 있다. ‘백년거목(百年巨木)’. 의미를 묻자 박 회장은 “이 글귀가 지향하는 방향을 바라보고 기업을 경영했다”고 답했다. 박 회장이 경영 철학으로 삼는 ‘한 우물 정신’과도 맥이 닿아 있다.

“기업은 100년을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한 기업이 100년을 견디면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사업 중간에 지인에게 부탁해 글씨를 받았어요. 최근 시장이 보물선 이슈로 한참 시끄러웠는데 이건 기업도 아니고 엉터리나 마찬가지에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바로 ‘한 우물 정신’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이것저것 생각만 하면 안 됩니다. 성공 작품을 선택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40년 동안 패널 한 분야만 팠어요. 반도체·바이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클린룸을 최고의 기술, 최저의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자신 없는 일은 하지 않고 최고가 되겠다는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판다면 실패는 없습니다.”

☞ 끊임없이 개발…글로벌 강소기업으로

40년간 연구, 독보적 칸막이 기술 갖춰

“최고 되겠다”는 한 분야 파면 실패 없어

외국인 노동자만 있으면 기술 명맥 끊겨

노하우 전수돼야 제조강국 남을수 있어

광건티앤씨는 많은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3가지 이슈가 없는 회사이기도 하다. 단 1원의 금융권 차입이 없고 외국인 노동자도 없다.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주하는 많은 중소기업과 달리 제품 전량을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한다. 창업 이래 단 한 차례의 급여 연체 기록이 없는 점도 자랑이다.

“젊었을 때 급여가 제때 나오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한이 됐는지 사업하면서 직원들 봉급만큼은 빚을 내서라도 제때 주자고 다짐했습니다. 지금 아산에 생산시설을 새로 짓고 있어요. 내 나이쯤 되는 기업인은 창업 때부터 국가에 대한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고 시작했어요.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면 국민은 따라갈 줄도 알아야 해요. 기업의 책임이라는 것이 여기에 있는 거예요.”

끝으로 원로기업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기술만이 정답”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조업은 기술이 전부고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돼야 해요.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계속 전수돼야 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술 현장을 채우고 있는 한 기술의 명맥은 끊깁니다. 일자리 창출도 제조업이 받쳐줘야 하죠. 지금은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으로 남을 수 있을지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에요. 기술을 많이 가르쳐줘야 합니다. 나는 그것이 걱정됩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41년 경남 남해 △1959년 해병대 전역 △1965년 조선맥주 입사 △1970년 신협건설공업 입사 △1977년 광건사 설립 △1986년 광건티앤씨 대표이사 △2014년~현재 광건티앤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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