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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128%·배추 71% '껑충'...금값된 채솟값

폭염에 한달새 평균 30% 급등

1년11개월만에 최대폭 상승

"소비 활력 떨어진다" 우려도

폭염과 폭우 등 기상악화로 채소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4일 서울 시내의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배추와 무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사는 가정주부 A씨는 지난 1일 시장 채소 코너를 맴돌다 결국 발길을 돌렸다. 채솟값이 너무 올라 반찬거리를 살 엄두가 안 났다. 한 달 전만 해도 하나에 990원 수준이던 애호박 가격이 최근 1,400원으로 오르더니 이제 1,900원까지 치솟았다. 한 통에 2만2,000원도 넘는 일이 예사인 수박은 올 여름에 사본 적이 없다. A씨는 “체감으로는 채소·과일 가격이 두 배는 뛴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에 채솟값이 한 달새 30% 급등하면서 지난달 농산물 가격이 1년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계속된 국제유가 상승세에 경유·휘발유 가격도 크게 올랐다. 서민들의 체감 살림살이는 팍팍해졌지만 전체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개월째 1%대 수준에 머물렀다. 농산물·석유류를 뺀 근원물가는 19년여 만에 0%대로 떨어졌다.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전기료가 내린 효과도 있지만 내수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소비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4%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이 7% 뛰면서 전체 물가를 0.33%포인트 끌어올렸다. 전월 대비로는 14.4% 올랐다. 그 중에서도 폭염에 작황이 나빠진 채소류는 전달보다 30% 급등했다. 배추는 전달보다 71%, 시금치와 무도 각각 128%, 57.1% 치솟았다.





석유류 가격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2% 뛰어 전체 물가를 0.52%포인트 끌어올렸다. 생계형 화물차에 많이 쓰이는 경유 가격은 13.4%, 휘발유는 11.0% 올랐다.

이 가운데서도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린 것은 전기·수도·가스요금이다. 7~8월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전기료가 16.8%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 끌어내렸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전기료가 전달과 같았다면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1.7% 올랐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리 경제의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가격변동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 상승률은 0.9%에 그쳤다. 0%대는 1999년 12월(0.5%) 이후 처음이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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