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사진) KCC 회장이 글로벌 실리콘 제조업체인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이하 모멘티브) 인수를 공식화했다.
KCC는 4일 정 회장이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모멘티브 인수 검토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KCC가 실리콘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인수합병(M&A) 경험이 적은 데다 자금 조달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정 회장이 직접 정면 돌파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장 마감 후 배포된 보도자료를 통해 “KCC는 모멘티브 인수를 매우 긍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KCC는 인수 합병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최종 승인 단계까지 차질이 없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관련 이슈들을 풀어나갈 계획”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통상 기업 인수합병 작업이 마무리되기 직전까지 상대방에게 패를 보이지 않는 관례를 고려하면, 업계에선 정 회장의 이번 발언이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KCC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이번 딜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인수에 대한 IB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은 정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모멘티브는 과거 제너럴일렉트릭(GE) 실리콘을 모태로 도시바 실리콘, 바이엘 실리콘 등을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규모는 2조 6,000억원으로 업력만 75년이다. 특히 실리콘 사업과 관련한 다수의 원천기술 특허 등을 보유해 업계에선 세계 2위~3위권 업체로 평가된다. 반면 KCC의 실리콘 사업은 조 단위 매출원인 건자재나 도료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KCC의 실리콘 사업은 재무제표상 ‘기타’ 사업으로 분류돼 정확한 매출 규모를 알 수 없지만 증권가에선 대략 2,000억~3,000억원대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인수전은 다윗이 골리앗을 집어삼키는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게다가 정몽진 회장 체제가 마련된 이후 KCC가 M&A 시장에서 이렇다 할 ‘트랙레코드’를 쌓지 못한 점도 이번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KCC는 현금 자산이 풍부한 만큼 모멘티브를 인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자금 조달력에 대해선 “큰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인수 합병의 특성상 진행상의 모든 과정들을 세세히 밝히기에는 리스크가 있다”며 “이번 인수전에 KCC뿐만 아니라 SJL파트너스, 원익 등 3자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톱 클래스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CC는 1조원이 넘는 비용 지급보증 문제 등에 대해 SJL파트너스는 물론 주요 은행, 투자사 등 금융기관들과도 긴밀하게 협의해 최선의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재무상태는 매우 안정적이며 현금성 자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인수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KCC가 모멘티브를 인수할 경우, 연간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7년 기준 3조 4,00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국내 최초로 실리콘 제조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생산해온 KCC가 단순히 실리콘 사업을 확대하는 차원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의 위치도 공고히 할 수 있다. KCC 관계자는 “모멘티브 인수로 주력 사업이 된 실리콘을 중심으로 첨단 소재는 물론 도료, 유리, 바닥재, 창호 등 종합 건자재와 인테리어까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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