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 122개 가운데 실제 이전을 추진해야 할 기관을 분류·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 기관은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당정 간에 협의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만이다.
국민연금의 상황을 뻔히 지켜봐 온 금융 공공기관들은 이틀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날 이 대표가 ‘122개’라는 숫자까지 적시해 지방이전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이날 다시 민주당 내부에서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일부 기관은 이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입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이전 대상이 확정되지 않아 대상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된다는 뉴스로 깜짝 놀랐는데 다시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와 조마조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전국 혁신도시 10곳 등에 공공기관 153개가 이전했다. 하지만 성과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전력 등이 이전한 나주혁신도시의 경우 비교적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고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전이 인근에 조성한 에너지밸리에는 335개사가 입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충북혁신도시의 경우 한국소비자원, 한국고용정보원 등 이전 공공기관별 특성이 상이해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입주한 기업들 역시 모두가 이전 공공기관과 무관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6년 국회예산정책처도 공공기관 지방이전사업 평가 보고서를 내면서 “출장과 퇴직이 증가하는 등 업무 비효율이 발생하고, 산학연 협력 사업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인구 증가 효과도 제한적이다. 국토교통부의 ‘혁신도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연구’에 따르면 혁신도시 이주형태에서 ‘단신 이주’가 전체의 55.4%나 차지했고 ‘가족 단위’는 39.9%였다. 배우자 직장 문제와 자녀 교육 문제 탓이다. 10개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 평균 만족도 역시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기존 혁신도시 성과 분석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균형발전을 하려면 뒤처진 곳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앞선 수도권을 끌어내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지방이전 사업부터 목적이 제대로 달성이 됐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지방이전 후보군으로 꼽힌 공공기관들 중에는 이전할 때의 단점이 더 많은 기관도 상당수다. 경기도 분당에 본사가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주변 발전소 시설과 연계돼 있어 이전이 쉽지 않다. 또 18개 지사 중 11개가 난방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 자영업자와 하도급 업체 등 ‘을’의 민원 창구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경우는 민원인들의 접근성이 좋은 서울역 인근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지방 이전을 하게 되면 민원인들의 큰 불편이 예상된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대민업무가 많은 공공기관의 경우 민원인들이 지방까지 내려와야 하는 불편이 커질 것”이라며 “서울 지역의 기반을 다 내려놓고 가야 하는 공공기관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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