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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제대로 쓰자]실적압박에 공공일자리만 늘려...'수백조 부담' 미래세대 몫으로

<2>줄줄새는 일자리예산

64곳은 스스로 돈 못벌어...혈세로 꾸린 예산 인건비로

언발의 오줌누기식 임시 일자리 대폭 늘리는 것도 문제

서울 노량진의 한 공무원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민간의 일자리 창출이 줄어들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선발 인원이 확대되면서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에 합류하는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 정원이 지난 2016년 이후 빠르게 급증한 것은 정년을 늘리는 대신 일정 나이 이후부터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를 별도 정원으로 두면서 기관들의 신규 채용 여력이 생겼고 2016~2017년 2년간 매년 1만5,000명 이상 늘었다. 많아진 사람만큼 생산성이 늘었는지는 물음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은 ‘아니요’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270개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63%에 해당하는 170곳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기존 업무를 그대로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거꾸로 임금피크제 직원에게 적합한 별도 직무를 개발했다고 답한 기관은 65곳(24%)뿐이었다.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업무는 지난 2년간 큰 변화가 없었는데 사람만 늘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올해부터 청년실업의 해결책으로 공공기관 채용을 대폭 확대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기업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비효율을 지탱하는 것은 재정이었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은 2016년 65조5,000억원에서 2017년 68조5,000억원으로 3조원 늘었고 이 기간 공공기관이 지출한 인건비는 1조2,000억원가량 증가(산업은행 등 은행형 공공기관 제외)했다. 전체 공공기관 중 지난해 기준 62곳이 스스로 돈을 벌어 운영하지 못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수지차 보전 공공기관’임을 고려할 때 혈세로 꾸린 예산이 인건비로 흘러간 셈이다.

자체 수익모델을 통해 스스로 인건비를 벌어 쓰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도 결국 국민의 부담이다. 공공기관이 이익을 내면 정부가 배당을 받고, 손실이 클 때 역시 정부가 메꿔주는 만큼 따로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8.6%인 660조7,000억원으로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2.7%(2016년)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공공 부문을 포함한 부채(D3)는 1,036조6,000억원으로 GDP 대비 63.3%까지 대폭 뛰어오른다. 공공기관이 필요 이상으로 지출하는 인건비가 재정건전성을 좀먹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무원 증원 역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확대재정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공무원 17만4,000명을 늘리기로 하고 지난해 1만2,000명, 올해 2만7,000명의 공무원을 충원한 데 이어 내년에는 3만6,000명을 더 뽑기로 했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고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미래 세대가 떠안을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데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장기 소요재원에 대한 전망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예정처가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면 누적 인건비가 327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을 뿐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금개혁 없이 공무원만 늘린다면 다음 정부와 후세에 큰 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임시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것도 도마 위에 오른다. 정부는 내년에 올해보다 5,700억원 늘어난 3조7,666억원을 투입해 노인과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재정 지원 일자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재정 지원형 일자리에 대해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한다. 전직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정부가 재정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없어도 될 자리에 사람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현금을 지원하는 복지나 마찬가지인 재정 일자리는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1회성으로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재정 일자리가 본래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는 점도 문제다. 예정처가 지난해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을 분석한 결과 직접 일자리 사업 50개 가운데 취약계층 참여 목표 비율이 35% 이하인 사업이 2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 운영비 지원’ 및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등 노후복지 지원’ 비율은 10% 수준에 그쳤다. 취업 취약계층의 고용창출과 고용안전을 추구한다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양질의 일자리를 추구한다는 정부가 저임금 일자리만 늘렸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증액한 취업성공패키지지원 사업은 ‘취업상담(1단계)→직업능력 증진(2단계)→취업알선(3단계)’에 이르는 단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취약계층의 취업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예정처의 분석 결과 1단계 종료 후 2단계에 참여하는 비율은 63.8%, 3단계 참여자 중 2단계 참여자의 비율은 54.9%에 불과했다.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 취업자 중 50%가 월 180만원 미만의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급여 수준이 낮은 일자리로의 취업이 많고, 취업자의 고용유지율 역시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일자리를 늘린다며 시급하게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수요예측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진혁기자 세종=박형윤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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