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비중이 20%를 넘은 펀드는 450여개로 이들 펀드는 연초 이후 모두 손실을 기록중이다. 상당수 펀드는 수익률이-10% 가량이고, 하나UBS파워1.5배레버리지인덱스펀드는 -15%로 수익률이 가장 낮다. 1년 수익률 역시 대부분 마이너스다.
삼성전자 편입비중이 20% 이상인 펀드들은 연초만해도 1등주라는 프리미엄과 우량한 재무구조가 더해져 변동성 장세에서 블루칩으로 통했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는 사상 최고가 랠리에 액면분할 전 주가가 300만원에 육박하면서 대표적인 성장주로 통했다.
하지만 반도체 고점 논란에 삼성전자는 연일 신저가로 추락하고 있다. 재고가 쌓이는 등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끝나 삼성전자의 성장 여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지난달 20일 장 초반 4만3,5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1월3일 장중 사상 최대 고점인 5만7,519원(액면분할 전 환산주가 289만5,950원)과 비교하면 1년도 안 돼 24% 급락한 것이다.
삼성전자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편입한 펀드 역시 수익률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식 내 삼성전자 비중 100%(전체 17%정도)인 미래에셋AI스마트베타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66%다. 삼성전자 비중이 30%인 하나UBS KTOP KOSPI50증권상장지수는 연초 이후 -10.07%, 한화ARIRANG KOSPI50증권상장지수펀드도 -10.18%에 달한다. 하나UBS파워1.5배레버리지인덱스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4.28%로 삼성전자 비중 20% 이상 펀드 중 가장 저조하다.
반도체 주 양대산맥인 SK하이닉스를 담은 펀드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 펀드 중 SK하이닉스 비중을 10% 이상 담은 펀드는 40여 종이다. 이들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0%로 삼성전자를 주로 담은 펀드보다 마이너스 폭이 더 크다. SK하이닉스 비중(22.06%)이 가장 높은 삼성KODEXMSCI퀄리티증권상장지수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1.67%다. 미래에셋TIGER200IT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펀드는 하이닉스 비중이 16%로 연초 이후 수익률이 -16.88%로 주저앉았다. SK하이닉스 비중 10% 이상 펀드 중 가장 나쁜 성적이다.
증권가에선 반도체주 위기론에 대해 단기 조정이란 전망과 하방 사이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팽팽하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기업들 영업이익이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낸드(NAND)에 이어 D램에 대한 보수적인 진단도 제기된다. 노근창 현대차 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영업이익이 올 3분기를 단기 정점으로 내년 2분기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D램 가격 하락을 출하량 증가로 만회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재고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과거 겪었던 최악의 수준은 아니며 이미 주가에 악재가 선반영됐다는 해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반도체주 전망이 엇갈리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은 펀드의 경우 일단 환매를 서두르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대에 달할 것으로 보여 내년, 내후년 업황은 더 나아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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