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안갯속을 헤매면서 투자자들의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저평가 가치주를 잡아야 할지, 아니면 성장주를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지 고민과 탐색을 거듭하는 것이다.
최근 다소 완화하는 듯했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리스크가 다시 강도를 높여가면서 국제 거시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자연스럽게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질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는 거시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 개별 종목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성장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반등하던 코스피 지수는 2,300선에만 닿으면 하방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향마저 생겼다. 수출 위주의 경제로 거시변수에 영향을 받는 종목들이 많기 때문에 지수의 큰 폭 상승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성장주 중에서는 코스피보다는 코스닥 종목들이 주목된다. 이 연구원은 “지난달 16일이 최근 코스닥 지수의 흐름 상 바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일 주도적으로 상승한 종목들이 낙폭 과대주가 아닌 JYP Et.(8.21%), 에스엠(041510)(6.30%), 와이지엔터(7.05%) 등 엔터주였다”며 “이들의 특징은 향후 실적향상이 기대될 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유통혁명 등으로 인해 시장의 확대 및 이익률의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콘텐츠(엔터, 미디어, 게임), 헬스케어, 전기차 등을 유망 성장주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 ▲12개월 선행 매출액, 영업이익, 주당순이익(EPS)의 전년대비 증가율 상위 ▲12개월 선행 EPS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10% 이상인 종목을 성장주의 조건으로 봤다. 김대준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042660), 팬오션(028670), 휠라코리아(081660), 파라다이스(034230), 고영(098460), SKC코오롱PI(178920), 덴티움(145720), 휴온스(243070), 실리콘웍스(108320) 등 10개 종목을 눈 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성장주에 눈을 돌리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가치주에서 성장주로의 스위칭에 대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같은 전환은 불확실성 해소 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금리보다 신흥국 리스크처럼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인의 안정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고 연구원은 “또 코스닥이 곧 성장주라는 등식은 무리”라며 “연기금의 비중이 급감한 만큼 코스피 같은 금융투자의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성장주라 할 수 있는 제약·바이오, 화장품의 올해 2·4분기 실적은 시장의 전망치보다 각각 15%, 7%대로 밑돌았고, 3·4분기 컨센서스 역시 하향 추세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에 대한 우려 완화와 신흥국 통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흥국에 주목했을 때, 그 안에서는 가치주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성장주에 대한 프리미엄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MSCI) 전 세계 지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시장의 예상 이익증가율이 낮아질 때 성장주가 강세를 나타냈다. 이익 성장 기업이 드물어 지면서 시장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낮아져야 성장주의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조 연구원은 “현재 미국은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 중 절반 가까이가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거두고 있다”며 “그동안 성장주가 누려왔던 프리미엄을 다른 기업들과 나눠 가져야 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가치주 타이밍’에는 2·4분기 호실적을 기록했거나 3·4분기 턴어라운드가 확인되는 업종,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경범 연구원은 “섬유, 의복과 디스플레이가 관심을 높여볼 만한 업종”이라며 “삼성전기(009150), LG이노텍(011070), 삼성SDI(006400), LG유플러스, 휠라코리아, GS리테일(007070), 대상(001680) 등도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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