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항암 치료제를 생산하는 국내 대표 바이오 벤처기업 신라젠(215600)을 만난다. 정부가 최근 GIC에 국내 바이오 등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요청한 직후라는 점에서 이번 만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GIC가 성장성 있는 국내 기업과 부동산에 투자를 많이 한 글로벌 큰손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만남이 결실을 맺을 경우 GIC의 국내 바이오 기업에 대한 첫 투자 사례가 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IC는 이달 말 신라젠 관계자들과 국내 모처에서 투자관련 미팅을 진행한다. 이번 만남은 글로벌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주선했다. 다음 달엔 GIC 관계자들이 신라젠 본사 등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GIC는 바이오·정보기술(IT) 등 성장 산업에 적극 투자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이 주목된다”며 “다만 투자 목적 방문인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큰 손인 GIC가 국내 대표 바이오 벤처인 신라젠을 방문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의 주목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GIC가 국내 바이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신라젠에 대한 투자가 다른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이다.
IB업계에서는 GIC의 신라젠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번 미팅이 정부의 투자 요청 이후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경제장관회의서 GIC와 테마섹의 투자 책임자를 만나 바이오, 신재생, 반도체 등 국내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국내 바이오 기업의 인연은 깊다. 테마섹은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 셀트리온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테마섹은 2010년부터 셀트리온그룹에 투자했는데 현재까지 약 7조원 가량의 평가 차익을 올렸다. 테마섹은 올해 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을 시간 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1조1,000억원 가량 회수했다.
한편 GIC는 2,000억달러(224조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식, 채권, 대체자산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스타트업 ‘토스’에 투자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투자는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첫 투자 사례였다. 토스는 GIC, 세콰이어차이나 등 대형 해외 투자기관으로부터 4,000만달러(440억원) 가량 투자 받았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