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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에 휘둘려..표류하는 국민 노후

■ 외신도 비꼰 국민연금 CIO 인물난

정권 안가리고 CIO 인선때마다 靑·여당 입김 작용

잇단 외풍에 중간 관리자 등 인력 엑소더스도 가속





“대형 투자에 대해 책임 있게 고민해본 인물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돼야죠.”(전직 국민연금 CIO)

국민들의 노후자금 운용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CIO 인선을 코앞에 둔 13일 전직 CIO 선배가 남긴 고언이다. 그는 “아무리 훌륭한 경력이 있어도 실제로 냉혹한 투자 결정을 해보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일부 후보는 국민연금이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동안 시장 논리대로 가지 못하고 외부 개입에 휘둘리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각) 국민연금이 전북 전주에 있다는 이유로 ‘분뇨 냄새가 난다’며 조롱에 가까운 보도를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으로 인해 정보 교류가 어렵고 인력이 빠져나간다고 꼬집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이전에서 드러나듯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CIO 인선 과정에서도 청와대와 여당의 의중이 가장 큰 잣대가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CIO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이유로 자진 사임한 후 올 2월이 돼서야 국민연금 공단은 신임 CIO 공모를 개시했다. 공모를 통해 최종 후보에 올랐던 곽태선 전 베어링 자산운용 대표는 탈락 후 공모 한 달 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여하라는 전화를 걸었다고 폭로했다.

재공모를 시작하자 이번에는 현 정권과 연을 맺고 있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한화투자증권 시절 직원들과 각을 세운 점 때문에 국민연금 이사회의 일원인 양대 노총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가 투자 운용 경험이 적다는 사실은 투자업계에서만 문제 삼을 뿐 여권 내에서는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CIO는 “인사권을 쥔 쪽에서는 자신들의 철학과 맞는지를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또 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역시 투자 경험이 적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민연금 등 대규모 기관투자가에 사회적 책임투자를 위한 자문을 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서 그의 경력은 장점으로 평가되지만 투자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게 국민연금 안팎의 중론이다.

국민연금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고 ‘잘해야 본전’인 근무 여건으로 인해 인력 엑소더스는 계속되고 있다. 1년째 공석인 CIO 외에도 중간 관리자급인 실장 9명 가운데 네 자리가 공석이다. 실무 인력 이탈도 문제다. 지난 7월 말 기준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278명 중 32명 자리가 비어 있다.

국민연금은 638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운용한다는 자부심에 운용 업계 인재들이 이력서에 꼭 한 줄 넣고 싶은 매력적인 자리였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을 하다가 잘 안 되면 국민연금으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국민연금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교직원공제회의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은 63대1을 기록했다. 사학연금과 군인공제회도 상반기 채용 경쟁률이 50대1과 20대1에 달했다. 교직원공제회는 서울 여의도역 5번 출구 바로 앞이라는 탁월한 입지에 신축 건물의 쾌적한 환경, 높은 처우 등이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한국투자공사(KIC)의 경력직 채용에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인력들이 대거 지원했다./임세원·강도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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