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9·13 부동산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청약제도 개편이다. 요지는 무주택자의 당첨 기회를 더 확대하는 것이다. 투기과열지구·조정지역 등 청약규제지역에서 선보이는 추첨제 아파트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남는 물량을 유주택자에게 배정하는 것이다. 현재 추첨제 아파트는 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당첨자를 선정하는데 앞으로는 무주택자에게 먼저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개편으로 1주택자 등 유주택자의 경우 인기 지역 아파트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게 됐다. 여기에 이번 대책으로 유주택자들의 경우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것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청약시장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개정 주택공급 규칙은 이르면 오는 11월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전에 분양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위례신도시 중대형 단지는 유주택자에게 마지막 ‘로또 아파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바뀐 청약제도 내용과 시행시기는=14일 국토부 관계자는 “9·13대책에서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 추첨제도 무주택자 대상으로 우선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대한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정 규칙은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치는데 이르면 11월부터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아파트 분양 시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85㎡ 이하 주택은 100% 무주택 기간,부양 가족 수 등을 고려한 가점제가 적용되고 85㎡ 초과는 50%는 가점제, 나머지 50%는 1순위자이기만 하면 가점이나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추첨을 통해 공급한다. 조정대상지역은 85㎡ 이하는 25%, 85㎡ 초과는 70%가 추첨제 대상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에서 추첨제 아파트 분양 방식이 바뀌게 된다. 먼저 무주택자에 대해 우선으로 추첨하고 이후 남은 물량은 1순위 청약자를 대상으로 다시 추첨한다. 이에 따라 서울이나 수도권 알짜 지역들은 유주택자의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막혔다.
이에 더해 유주택자는 이번 대책에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중도금 대출까지 묶이게 된다. 다만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실제 입주할 의사가 있는 실수요자 위주로 철저하게 분양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쏟아지는 가을 분양, 어떤 단지가 적용받을까=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서울 등 수도권에서만 8만9,619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이 중에서 특히 강남권 재건축단지인 서초 우성 1차, 서초 삼호가든 3차, 개포 주공4, 서초 무지개와 강북권 재개발단지인 아현 2구역, 응암 1구역, 수색 9구역이 관심을 끌고 있다. 또 3년 만에 분양이 재개되는 위례신도시에서도 위례포레자이·위례힐스테이트·위례리슈빌 등이 시세 대비 저렴한 ‘로또 아파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 단지는 전용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공급되고 85㎡ 초과 중 50%는 가점제로, 나머지 50%는 추첨제로 공급될 예정이었다. 이번 9·13대책에서 추첨제도 무주택 우선으로 실시하면서 서울·수도권의 알짜 단지에 대한 무주택자들의 청약 기회가 더 확대됐다.
하지만 정부가 주택공급 규칙 개정을 서두른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한 달 이상 소요되는데다 추석 연휴까지 껴 있어 변경된 청약제도는 일러야 11월께나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전에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는 단지는 유주택자들에게 마지막 로또 청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위례포레자이의 경우 10월19일, 위례힐스테이트 10월 말께, 서초 우성 1차는 10월 중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기존 주택보유자는 중도금 대출이 기존 주택 처분 조건으로만 가능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철저하게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시장이 개편되면서 가수요 거품이 크게 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청약통장 가입자는 계속 늘고 있다. 2017년 말 2,293만 명에서 올 7월에는 2,391만 명으로 늘었다. 가점제 확대에 이어 추첨제 아파트 분양방식 변경 등으로 무주택자의 청약 기회는 더 넓어졌다. 반면 1주택자 등 유주택자 입장에서는 인기 지역 아파트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셈이다./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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