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하반기 신입공채 1차 필기시험을 치른 금융감독원의 결시율이 3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과중에 인사 적체 등으로 예년보다 취업준비생의 관심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같은 날 1차 필기시험을 치른 주택금융공사로 응시자들이 몰려 상대적으로 금감원 결시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치러진 2019년도 금감원 신입직원 공개채용 1차 필기시험 결시율은 30% 정도로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지원자 중 대략 30% 정도가 결시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금융공기업 공채 수험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선 “(결시하지 말고) 필기시험을 보러 갈걸 그랬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급증했다. 금감원은 올 하반기 63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하는데, 채용 직군(전공시험 응시분야)은 경영학·법학·경제학·정보기술(IT)·통계학·금융공학·소비자학 등이다. 1차 필기시험은 90분 안에 전공시험 객관식 50개 문항을 풀어야 했다.
일부에서는 업무가 과중하기로 소문이 난 데다 인사 적체가 심화하면서 응시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구나 같은 날 주택금융공사도 1차 필기시험을 치르면서 취준생이 분산돼 금감원의 결시율이 높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높은 시험 난이도에 응시자들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금감원 신입 공채 1차 필기시험을 본 수험생들은 공식을 대입한 복잡한 응용문제를 가장 어려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직군별로 수험생들의 시험 난이도 평가는 달랐지만, 대체로 “꼼꼼하게 공부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경제학 부문에서는 ‘베르뜨랑 모형’을 이용하는 응용문제가 나와 응시자들을 고민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뜨랑 모형은 가격을 두고 벌이는 과점 기업들 간의 경쟁을 계산하는 수학 공식이다. 경제학 전공시험을 본 A씨(남·29)는 “50개 문제를 시간 안에 끝내기 쉽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베르뜨랑 모형에 막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통계학 부문 시험을 본 B씨(남·26)는 “많이 어려웠다”면서 “이런 것까지 (공부를) 해야 했나 싶은 것(문제)들이 많이 나왔다”고 고개를 떨궜다. 금융공학 부문을 본 C씨(여·25)도 마찬가지였다. C씨는 “시험문제를 꼬아서 낸 건 별로 없었지만 공식이 잘 떠오르지 않으면 아예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았다”며 “다음엔 좀 더 차분히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9명을 뽑을 예정인 경영학 부문 시험은 회계사 등 전문직을 병행해 공부한 취준생에게는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D씨(남·27)는 “(시험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며 “회계사 준비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0명 이내를 뽑는 IT계열 시험에선 4차 산업혁명 관련 질문이 8 문항이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충진 금감원 인적자원개발실 팀장은 “1차 시험에서는 50개 문항 모두 객관식이었지만 2차 시험은 주관식과 논술”이라며 “특히 논술은 최근 금융·경제 동향을 자기 전공과 연관 시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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