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 같이 고액 자산가들을 확보하기 위한 자산관리(WM) 특화점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일반 점포는 줄이는 대신 고액자산가를 VIP라운지에 집중을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점포수는 지난해 3,963개로 2015년 4,410개에 비해 500곳 정도가 줄었다. 일반 점포를 줄이는 대신 고액자산가를 확보하고 높은 수수료 이익도 같이 챙길 수 있는 WM 특화 점포에 열을 올리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한발 더 나아가 수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고액자산가를 위한 VVIP 라운지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VVIP는 VIP(3,000만원) 보다 많게는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자산을 가진 고객으로,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당연히 그에 맞게 차이가 난다. 자산관리, 은퇴설계, 부동산시장 정보 제공은 물론 비금융서비스도 다양하다. 자녀 또는 손주의 유학과 결혼 상담까지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은행과 증권 업무를 합친 복합점포 PWM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1억원에서 3억원 사이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위한 공간은 ‘프리미어라운지’다. 50억원 이상 자산가에겐 PWM프리빌리지라는 별도의 공간과 서비스가 있다. PWM프리빌리지는 프라이빗뱅커(PB) 팀장급 1명이 20명 안팎의 자산가만 관리하면서 각종 컨설팅을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KB국민은행도 금융자산 1억~3억원은 VIP라운지에서, 3억~5억원은 골드앤와이즈라운지, 5~30억원은 PB센터, 30억원 이상 VVIP 고객은 스타PB센터에서 관리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도곡스타PB센터는 은행 상품뿐 아니라 보험, 증권 등 복합적 자산관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일반 PB센터와 서비스는 큰 틀에서 같지만 확대된 인원과 인프라가 또 다른 차이다.
KEB하나은행은 WM시장 확대 차원에서 VIP 기준을 4대 시중은행 중에선 가장 낮은 5억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VVIP 고객을 관리하는 골드PB는 차별화된 금융상품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고객 특성에 따라 맞춤형 사모펀드를 제안하며 손주의 만남 주선, 결혼 시 웨딩카 제공 등 라이프케어 서비스도 최초로 시도해 주목된다.
우리은행의 VVIP고객 전담 공간은 ‘투체어스익스클루시브’다. 10억원 이상 자산가부터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각종 자산관리 서비스 외로도 비금융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종합건강검진 서비스로 ‘헬스매니저’를 고객마다 붙여준다. 이외에도 문화공연 초대와 호텔숙박과 뷔페 할인 서비스, 골프아카데미 레슨프로그램 지원도 있다.
자산관리(WM) 사업을 강화하는 은행들은 PB센터를 중심으로 VVIP 특화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이달의 특화상품으로 ‘영국 부가가치세 론’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투자기간 2년1개월, 목표수익률 6.8%이다. 영국에서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는 투자자는 20%의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내야 하는데 추후 환급 받더라도 그 부담이 만만치 않아 이에 대한 대출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이다. 부가세를 납부할 때 대출을 해주고 환급되면 회수하는 브릿지론 시장에 투자하는 것으로 영국 정부가 끼어 있어 투자금을 날릴 걱정이 없다는 이유로 인기가 높다는 후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PB센터를 중심으로 비공개로 VVIP 고객으로부터 1인당 수억원씩, 총 수백억원을 모아 해외 부동산펀드나 구조화펀드 등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VVIP 고객을 겨냥한 신탁상품도 눈에 띈다. 하나은행의 ‘리빙 트러스트’ 신탁은 금전의 경우 5억원 이상, 부동산 또는 주식은 10억원 이상일 때 가입할 수 있다. 따로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아도 원하는 상속인에게 분쟁없이 투명한 상속집행이 가능한 상품으로 생전 또는 상속인에게 재산이 이전된 후에도 뜻하는 바대로 재산관리 및 운용은 물론 유언장 변경까지 얼마든지 가능해 가문의 부를 확실하게 대물림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은행 PB센터를 이용하는 VVIP 자산가들이 일상적으로 가입하는 상품은 사모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부동산, 적립식 펀드, 3개월 이내 단기채 상품 등이다. 특히 국내 및 글로벌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현섭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주요국 주가지수를 기초로 하는 연 수익률 4~6%인 보수적인 구조의 ELS나 수시입출금식 및 3개월 이내 단기채 상품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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