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랑 모형은 독과점 기업들 간의 가격경쟁에서 가격을 산출하는 경제학 공식이다. 경쟁기업이 상대방의 가격을 보고 자신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논리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진행된 2019년도 신입직원 공채 1차 필기시험에는 이 같은 베르트랑 모형이 응용문제로 등장했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직접 언급한 적은 없어도 은연중에 독과점 시장을 분석하는 베르트랑 모형의 의미가 감독방향에 녹아 있는 대목이 많다. 우선 금감원은 독과점 구조 개혁을 취지로 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대한 준비상황을 현장점검하기로 했다. 또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도 독과점 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가 골자다. 이어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서로 눈치를 봐가며 대출금리를 낮춰가는 것도 베르트랑 모형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고금리 실태를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당국뿐 아니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한국 금융 산업은 독과점 내수 산업으로 경쟁이 상당히 제약되고 규제 속에 안주하는 측면이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를 강조한 적이 있다.
한편 이번 1차 필기시험 지원자 3명 중 1명은 결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시율이 30%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주택금융공사 필기시험이 겹쳤는데 금융공기업 중에서는 업무량이 과중하기로 소문난 금감원보다 주금공을 선택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금감원 공채 수험생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결시하지 말고) 필기시험을 보러 갈 걸 그랬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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