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9일 추가 정상회담은 6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났다. 대기하던 양측 주요 인사들도 웃으며 환담을 나누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 남북이 주요 의제에 대해 상당 부분 합의를 본 상태에서 이날 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10시 밝은 표정으로 백화원 영빈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은 리설주 여사와 함께였다. 두 정상이 나란히 대화를 나누며 걸어 들어왔고 영부인들이 뒤를 따랐다. 김 위원장 내외는 이날 문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영빈관으로 직접 찾아왔다.
회담에는 서훈 국정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는 전날 논의한 비핵화 진전 방안 및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등에 대한 세부 조율의 성격이 큰 만큼 참모들이 함께하는 확대 정상회담 형태로 비교적 긴 시간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기자회견 전 만남이 65분의 짧은 시간에 끝나면서 양측이 이미 핵심 의제에 대한 합의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남북 관계자들에게서는 긴장감보다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이들은 회담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서로 담소하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회담장 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대화 도중 미소를 짓기도 했다. 회담 후 합의문 서명식장으로 이동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우리 측 인사들의 표정도 밝아 회담 결과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두 정상의 기자회견 발언에서도 양국의 무르익은 친밀감이 느껴졌다. 비핵화·적대관계 종식 등 안보와 관련한 묵직한 내용이 언급되는 와중에도 감성적인 표현이 눈에 띄었다. 김 위원장이 “올해 들어 북과 남이 함께 손잡고 걸어온 평창으로부터 평양으로의 220여일, 이 봄·여름 계절은 혈연의 정으로 따뜻하고 화합과 통일의 열기로 뜨거웠다”며 “그 정과 열을 자양분으로 판문점의 봄날에 뿌린 화합과 평화의 씨앗들이 싹트고 자라 가을과 더불어 알찬 열매가 되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문 대통령도 “지난봄,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씨앗이 뿌려졌다. 오늘 가을의 평양에서 평화와 번영의 열매가 열리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며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평소 전투적인 이미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회견문에서는 ‘따뜻한 감사의 인사’ ‘머지않아 현실로 펼쳐질 우리 모두의 꿈’ ‘성스러운 여정’ 등 부드러운 표현이 유독 자주 등장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한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환한 웃음을 주고받았다.
한편 이날 진행된 ‘4·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서명식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합의문 기념촬영 과정에서 노 인민무력상이 합의문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수 초간 버벅거렸기 때문이다. 뒤에 서 있던 김 위원장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다 촬영 준비가 완료되자 이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평양공동취재단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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